동무가 뭔데? 궁금하면 오백 원!
책을 정리하다 아이들 어릴 때 재밌게 읽어줬던 그림책이 눈에 띄었다. <이춘희 글. 심은숙 그림/ 밤똥 찾기>
아이들이 밤에 똥 누는 게 습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른들은 외양간 횃대 위에 앉아 잠을 자는 닭을 향해 절을 하면서 "닭이나 밤똥 누지, 사람도 밤똥 누나?"라는 주문을 외우게 했단다. 아이는 닭한테 절을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여러 가지 노력을 하며 밤똥을 누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한 형제의 밤똥 이야기가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을 보며 나의 '뒷간이야기' 떠오른다.
일곱 살부터 아홉 살까지 살았던 집 화장실은 푸세식이었다. 그전에도 그 뒤에도 종종 푸세식 화장실이 있는 집으로 이사했지만 유독 울산 산전에 살았던 화장실이 기억이 난다. 사실 화장실이 아니라 변소, 뒷간이라 불러야 맞다. 작은 마당 옆 투박한 변소 안에는 구덩이가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기다란 널빤지 모양이었고 하나는 깊은 항아리를 넣은 동그란 모양으로 남자들 소변용이었던 것 같다. 밑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둠 컴컴한 아래를 보면 빠져들까 무서웠지만 배설물이 조금씩 차면서 위로 올라오는 것은 더 싫었다. 특히 여름에 변소는 구더기가 자글자글 움직이는 소리가 나서 팔뚝에 소름을 달고 볼일을 봐야 했다. 배설물이 넘칠 듯 말 듯 위태로워지면 그제야 똥차가 등장했다. 긴 호스를 늘어뜨리고 변소의 똥을 퍼올리면 주위에 냄새가 진동했고 아이들은 있는 대로 인상을 찡그리며 달아났다.
매일 삼시 세끼를 먹고 매일 가는 곳이 편안한 곳이 아니었으니 아이들은 변비도 많이 걸렸다. 그래도 못 참으면 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밤에 뱃속에서 신호가 올 때였다. 변소에는 작은 전구가 달려 희미하게 내부를 밝혔는데 하필이면 붉은색이었다. 당시 한창 <전설의 고향>이 인기가 있었다. 또래 아이들은 모이면 자주 무서운 이야기를 하며 놀았다. 시커먼 어둠 속에 붉게 물든 푸세식 변소는 귀신이 나오기 딱 좋은 배경이었다. 밤에 변소에 엉거주춤 앉아 있으면 시커먼 똥통에서 손이 나와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할 것 같고 빨간 전구는 우리들이 나눴던 무서운 이야기 12 빨간 눈까리 같았다. 밤에는 죽어도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 어둑해질 때 배가 아프면 언니를 찾았다.
언니야, 동무 가자.
"언니야, 동무 가자!"
"그래, 가자"
우리에게 '동무 가자'는 말은 변소에 함께 가자는 말이었다.
언니는 군소리 없이 일어났다. 우리는 밤에는 암묵적으로 동행했다. 그럴 수밖에. 밤에는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였으니 '동무 가자'는 말이 왜 화장실 가자는 말과 동의어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너무 당연하게 써서 남들도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겨운 우리만의 암호였다.
이 냄새나는 변소가 유독 기억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내일 이어서 써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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