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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작가 May 28. 2022

#2 그 남자의 펜촉

연애의 조건

#2 그 남자의 펜촉



제브라펜촉


중학교때로 기억한다.

내가 좋아하는 순정만화책처럼 샤프한 선을 그어 진짜 만화책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나는 큰맘 먹고 문구점에 달려가 펜촉을 샀다.  파란 깍지가 끼어져있는 일반 펜촉이었다.

잉크도 샀다. 잉크를 달라고 하니 문구점 사장님은 수성 잉크를 주었다.

집에 와서  펜에 잉크를 찍어 종이에 선을 그었는데 잉크는 수묵화처럼 순식간에 종이에 퍼졌고 

갑자기 잉크 방울이 뚝 떨어지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렇게 어렵다니! 나는 실력이 없구나 생각했는데 실력이 아니라   

제품 질과 사용분야의 문제임을 후에 알게 되었다.   

파란색 깍지가 끼어져 있는 펜촉은 만화용이 아니라는 것.

잉크도 수성 잉크가 아니라 제도용 잉크를 사야 했던 것이다.


만화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펜촉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G펜, 스푼펜, 마루펜 등등 뭔가 특별해보이는 모양에  

다양한 펜촉을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손에 익지를 않아서 거의 쓰지를 못했다.

그러다 일제 제브라펜촉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제브라 펜촉은 그려지는 선이 샤프하고 깔끔했다.    

하지만 일제 제품답게 질이 월등히 좋은만큼 가격도 비쌌다.


만화화실에 들어와 선배의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제브라펜촉

프로 세계는 펜촉 구입의 스케일부터 다른 것인가. 

만화 동호회 활동을 수년 하면서 그 누구도 일제 제브라 펜촉 한통을 쓰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알파문구에 가서 개 당 금액을 계산하면서 손가락으로 갯수를 세면서 손을 벌벌 떨면서 샀었는데   
서랍 속에 가득 찬 제브라 펜촉을 보고는 이 사람 뭐지? 갑자기 막 능력있어 보이는 거다. 


그 남자의 펜촉

제브라펜촉이 그의 첫 번째 매리트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나이 스물 셋.

부푼 꿈을 안고 들어간 만화 화실. 

그리고 인생 반쪽을 만나는 이야기



연애의 조건 1화 이니셜 K씨의 정체 https://brunch.co.kr/@miyatoon/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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