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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작가 Jan 05. 2023

'좋음' 보다 뜨거운 단어 '설렘'

눈부신 하루를 위한 마법의 단어

일돌남편/미야/알밤양/밤톨군 우리는 패밀리


알밤토리네 패밀리 인터뷰


나: 알밤양(13세), 넌 언제 설레니?

알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갑자기 수업 안 하고 영상 보여주며 놀 때

나: (이건, 설렘보단 신나는 느낌에 가까운 것 같은데, 암튼) 계속 말해 봐.

알밤: 게임에서 엄청 엄청 좋은 성유물이 나왔을 때. 그리고 내 새끼들 볼 때.

나: 니 새끼가 누군데? (나도 모르게 할머니가 된 거임?)

알밤: 요즘 내 사랑 원신 캐릭터 중 내 최애야.

       이름이 없어서 내 남친 사랑해라고 지어줬어.

나: ..... (맞다. 내 딸은 덕후 기질이 농후하다)



나: 밤톨군(16세), 넌 언제 설레니?

밤톨군: 음.... 어려운 수학문제가 잘 풀릴 때

나: (땀 삐질) ...또?

밤톨군: 여자친구가 날 챙겨줄 때?

(참고로 얼마 전 밤톨군이 고백해 여친이 생겼다)

나: 세심하게 챙겨주면 설레? 언제 느꼈어?

밤톨군: 지난번 나 아파서 학교 못 갔을 때 집 앞까지 와서 학교에서 만든 에그타르트 주고 갔을 때

나: 꺄! 오홍! 진짜 설렜겠다.


나: 일돌 남편님(51세) 언제 설레?

남편: 요즘 설레는 일이 없다.

나: 옛날에는 어떨 때 설렜는데? 응? 응?

남편: 계약서 큰 건 사인할 때.

나: 또?

남편: 통장에 돈 들어올 때

...... 가장답다.




'설렘'이란 단어는 '좋음'보다 좀 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단어다.  

'좋음'에서 나아가 가슴이 콩콩거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사전을 찾아보니 설렘은 이런 뜻을 갖고 있다.

설렘: <명사>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림. 또는 그런 느낌.  


그렇다면 나는 어떨 때 설레나?

뭉클한 순간을 만날 때 설렌다. 뭉클한 순간은 다양하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때 경건함과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근간에는 제주도 여행을 많이 했는데 눈뜨면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설레었다. 특히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일몰을 볼 때면 뭉클하게 설렌다. 피아노 박물관에서 우연히 들어간 곶자왈 힐링로드에서도 설레었다. 시끄러운 밖의 세계가 존재했나 싶게 외부의 소리가 차단되고 자연의 소리만 들렸다. 나무로 우거진 숲과 걷기 좋은 길, 시원한 공기, 진한 숲냄새에 긴장한 몸이 무장해제되는 곳이다. 이런 찰나에 설렘을 느낀다.

곶자왈 힐링로드



그리고 무언가를 버리고 의도적으로 남기기로 한 것이 공간에 있을 때 설렌다.

몇 년 전 곤도 마리에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책>을 보고 공간을 설렘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음을 알았다. 저자는 “두 손으로 물건을 만져보세요. 아직도 설렘을 주나요(spark joy)? 설렘이 없으면 버리세요.”라고 한다. 미리 말해두지만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르므로 내 공간이 설레는 공간으로 혁신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 어릴 때 그득그득 사들이는 것을 멈추고 하나씩 버리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요즘 우리 집 거실에 내 그림을 과감히 걸어 화실공간으로 바꾸고 있는데 남들에겐 아무런 감흥이 없겠지만 내게는 설레는 공간이 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 만들기



별별챌린지 제시어 '설렘'으로 질문을 던져서 가족의 기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설레는 포인트가 사람마다 다르고 고민하는 시간이 다르다. 어릴수록 쉽게 대답이 나왔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직관적으로 느끼는 아이보다 어른이 설렘을 느끼는 촉수가 약한 것 같다.  감각은 훈련할수록 더 자주 깊게 느끼게 되는 것이니. 그런 면에서 '설렘'은 일상을 예술로 승격시키는 멋진 단어다. 앞으로 설레는 순간을 스쳐 지나가지 않도록 잘 기억하고 기록해야겠다.


내 공간과 마음을 설렘으로 채울 수 있다면 하루가 훨씬 눈부시게 반짝일 것 같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설레는순간 #설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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