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맞추어 차렷! 복 들어와라!
현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신발들이 밤새 한 판 붙었다 떨어진 것처럼 제멋대로 나뒹그러져 있다. 거 뭐 힘든 일이라고 식구가 4명이나 되는데 자발적으로 신발 정리해주는 사람이 없나...... 아이들은 내 생일,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 선심쓰 듯 신발을 정리하고 내가 했지롱~ 엄마 나 잘했지? 하는 강아지 눈빛을 한다. 남편도 한동안 열심히 해주더니 요즘은 귀찮은지 신경을 안 쓴다.
'현관에 안 쓰는 짐을 쌓지 마라, 신발은 나가는 방향을 향해 두어라.' 등 귀동냥으로 들은 풍수를 예로 들지 않아도 신발이 흩어져 있는 것보다 정리되어 있는 게 보기 좋지 않나.
한숨을 쉬며 쭈그려 앉아 신발을 정리한다. 신발 짝을 맞춰 가지런히 놓는다. 남편신발, 아들 신발, 딸 신발, 내 신발. 두 달 전 온 가족이 쇼핑몰에 가서 장만한 신발은 사이즈와 브랜드만 다르지 색은 블랙, 블랙, 블랙이다. 딸이 내가 사려고 했던 신발을 잽싸게 산다고 해서 다른 브랜드의 블랙을 고르느라 한참 돌아다녔다. 같은 브랜드는 임자 구분이 안 가니 어쩔 수 없다.
"와, 신발 크다."
신발을 들어보니 아들 신발이 엄청 크다. 아들의 발사이즈는 내 발을 넘어선 지 오래고 어느새 딸도 나와 같은 사이즈를 신는다.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것을 평상시에는 모르다가 옷과 신발을 살 때 느낀다.
현관은 집의 첫인상인데 말나온 김에 오늘은 청소할 때 바닥을 좀 닦아야겠다. 일요일이기도 하니까 대청소를 해볼까. 나는 1회용 청소포를 꺼내 막대에 끼워 거실, 방을 오가며 쓱쓱 닦는다. 청소포를 뒤집어 나머지 방 2개를 닦으면 바닥에 이렇게 더러운 게 많았나 싶게 먼지와 머리카락이 줄줄이 딸려온다. 더러워진 청소포에 물을 살짝 묻혀 현관바닥을 싸악 닦는다. 바닥에 물이 닿으며 먼지가 물길 따라 한 길로 모인다. 최대한 먼지를 한 곳으로 모은 뒤 청소포를 빼 여러 번 접으며 먼지를 훔쳐내면 청소포 임무는 끝이 난다.
신발 욕심이 없는 나는 근래에는 운동화와 부츠만 신는다.라고 적으려다 신발장을 열어보았다.
신발장 구석에는 꿉꿉한 냄새가 베인 4인 가족의 신발이 칸칸마다 쪼르륵 놓여있다. 가끔 신는 신발도 있지만 대부분 한, 두해 신다 정이 떨어지거나 낡아서 처박힌 것들이다. 가장 위 선반에는 딸 초등학교 1학년때 몇 번 안 신었던 예쁜 구두가 든 박스도 있다. 버리긴 아깝고 팔거나 누구를 줘야 하는데 알아보는 게 귀찮아 미루다 몇 년이 흘렀다. 많이 버리고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신발장, 베란다 수납장에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물건들이 쌓여있다.
신발장 정리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모른 척 외면하며 문을 닫는다.
"오늘은 말고 다음에 하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일이 커진단 말이다. 문이 닫히기 전 신발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이봐! 다음이란 날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고! 오늘, 지금, 당장 청소해! 롸잇 나우!"
나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 씨유레이러~ 무사히 문을 닫고 방과 현관을 둘러본다.
집안과 화장실 2개 청소 완료. 뿌듯하다. 현관에 서서 아래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줄을 맞춘 신발이 차분하니 이뻐 보인다. 오늘 하루를 뛸 선수들이다.
줄 맞추어 차렷! 복 들어와라!
오늘도 우리 가족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기를. 나갔다 들어올 때 복도 함께 가지고 들어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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