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라톤 대회에 나갈래요?

리나작가님의 아침 운동을 응원하며

by 연은미 작가

며칠 전 최리나 작가님이 전화를 해서 물었다.

"미야 작가님, 운동하게 된 계기가 뭐였나요?"

솔직한 나의 대답

"살려고 시작했죠. 20대에 8년 동안 줄기차게 만화 그리다 몸이 훅 나빠져 30대 내내 체력이 안 좋았거든요.

감기에 걸리면 한 달이 지나도 안 나아서 마흔 생일날 여성전용 헬스를 끊었죠.

그런데, 웃긴 건 뭔지 알아요? 운동한 지 일주일도 안 돼 감기가 딱 났더라고요! 그게 제 인생 최초 돈 들인 운동이었어요. 그 뒤로 수영을 2년 했는데 코로나로 못 가게 되고 아침, 저녁으로 걷기 시작했어요. "


그녀는 아침운동이 괜찮은지, 몇 시에 하는지 몇 보를 걷는지 꼼꼼히 사전조사를 하고 끊었다. 하루종일 글을 쓰다 보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몸소 겪기 시작한 것이다. 맞다. 작가는 필히 운동을 해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루 3시간씩 달리는 이유, 신체리듬이 무너지면 장기적으로 창작이 고통스러운 작업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집순이다. 걷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매일 걷는다. 이유는 행복한 그림쟁이가 되고 싶어서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한다.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게 체력소비 하지 않은 쉬운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몸은 움직이고 걸어야 건강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매일 앉아 머리 터지게 손을 움직이고 정신을 쏟다 보면 어깨는 돌처럼 뭉치고 체력이 떨어진다. 창작활동을 행복하게 하려면 허리에 힘이 있어야 한다.


리나 작가님 첫 운동 인증이 글로 성장연구소 카페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다. 드디어 시작하셨군. 다른 곳에서 비슷한 시간에 귀차니즘을 털어내며 현관문을 여는 내가 있음을 기억하며 화이팅하기를 바란다.


며칠 뒤 리나작가님에게 톡이 와 있다.

작가님은 주말에도 운동합니까?

며칠 운동했더니 몸이 쑤시고 몸살이 난 것 같다고 했다.

"아우, 아플 땐 쉬셔야죠. 저도 평일은 무조건 걷고, 주말은 자유롭게 합니다."

주말에 나는 두 바퀴를 줄여 한 바퀴를 걷고 들어왔다.


한동안 평년기온을 유지하던 날씨가 한파가 심해진다는 예보가 떴다.

10도 이하로 내려가 최저기온 영하 17도라고 한다. 세상에, 완전 한파다. 내일 운동할 땐 더 꽁꽁 싸고 나가야겠다 생각하는데 저녁쯤 리나작가님에게 전화가 왔다.

"저기요... 미야작가님?

"네."

"영하 17도에 운동하러 나가십니까?"

"음.. 뭐... 전 추울 때도 비올 때도 눈 올 때도 운동했어요. 때에 따라 짧게 걷고 들어오긴 하지만 검은색 롱패딩을 머리까지 덮어쓰고 마스크 쓰고 완전무장을 해서 나갑니다.

리나 님 옆에 남편님이 영화 10도 내려가면 군대에서도 행군을 안 한다고 내일은 쉬라고 하는 말이 들린다.


그 맘 나도 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 봄, 가을의 상쾌한 아침 공기와 산뜻함을 먼저 느꼈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추운 겨울에 걷기를 시작했으니 의지가 남다른 그녀에게는 쓰담쓰담 처방이 필요한 것 같다.

"작가님~너무 추울 때는 쉬세요. 아플 때도 쉬고요. 그래도 돼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늘려가세요."

그렇게 말하고도 나는 다음날 아침에 밖을 나섰다. 아침 운동을 한 지 4년이나 되고 보니 아침 걷기는 새벽루틴의 마지막 일과가 되어버렸다. 운동 없이 일상을 시작하면 일이 빨리 지치고 지루해진다.

영하 17도에 나오긴 했는데 으아, 발가락이 꽁꽁. 장갑을 껴도 꽁꽁 장난아니다. 이럴 때는 벙어리장갑이 최고인데 아쉬운 대로 손가락 장갑 속 손가락을 오므려 주먹을 쥔다. 그래도 손이 너무 시렵다. 약간의 타협이 필요한 시점, 한 바퀴만 돌자. 대신 국민체조 3세트는 지키기로 했다.


며칠 강추위로도 모자란 지 오늘은 눈이 내린다. 새벽부터 눈예보가 있더니 세상을 하얗게 바꿔버렸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네. 아이들 방학이라 조금 꾸물대다 보니 8시 20분이 되어간다. 늦어도 8시 전에는 나가야하는데. 아침운동을 꾸준히 하려면 정해진 시간에 나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제 시간을 넘기면 가기 싫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귀찮아지기 전에 나가자. 지금 안 나가면 집순이 작가는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을 테니. 오늘은 발등에 핫팩을 붙이고 신발을 신고 걸었다.


나갔더니 눈이 소복소복 예쁘게도 온다. 하얀 눈밭에 파란 자전거가 세어진 풍경은 이미 그대로 작품이다. 손이 시린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는다. 춥다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으면 목화꽃 같은 눈꽃을 어떻게 보았으랴. 아침이라 발자국이 거의 없어서 소복이 쌓인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맛도 참 좋다.








우리 마라톤 대회 나가보실래요?

며칠 전 리나작가님 톡을 읽씹 했다. 열정과 사랑으로, 뭐든 시작하면 눈에 보이는 목표를 잡는 리나 작가님, 그녀의 열정과 실행력을 사랑하지만 한 번에 "오케이" 대답이 안 나온다.




대답이 없자 다음날 전화가 온다.

"미야 작가님, 우리 함께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게 어때요?"

"그게... 난 빼주면 안 돼요? 하하하"

"왜요?"

"크흡... 8년 전 울 둘째 5,6살에 마라톤 대회에 함께 뛰다 죽는 줄 알았어요."

"5살이 마라톤을 뛰었다고요?"

"아이들은 생각 외로 잘 뛰어요. 어른들이 힘들어 죽었지..."

"몇 킬로?"

"5킬로!"

"5킬로(꼴랑)?"

"꼴랑 5킬로라고 생각하겠지만 뛰어보면 꼴랑이 아니랍니다..."

"앗, 네..."



"윤미작가랑 우리 셋이 함께 뛰어요. 뛰고 나면 성취감이 다르대요."

리나작가님의 회유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맞다. 알고 있다. 아들, 딸 5세~7세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하고 나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해냈다는 기분은 째지게 좋았다.

"함께 해요. 힘들면 함께 걸어가면 되잖아요."

30대 체력이 안 좋았을 때도 어쨌거나 완주를 했는데 매일 걸으며 뛰며 연습하면 할 만하지 않을까?

여러 번 권유에 마음이 반은 돌아서고 있었다.

"생각해 볼게요..."


어쩌면 나는 6월에 리나작가님에게 코를 꿰어 강변 마라톤 대회에 나갈지도 모르겠다. 눈이 녹으면 아침에 걷는 대신 뛰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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