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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말고 현실이 되길

by 작가 문미영


“축하드립니다, 임신이네요.”


산부인과에서 나오는 길, 남편과 나는 너무 좋아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원했던 아이니까. 7년 동안 기다렸던 아이니깐.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 이번 아이는 잘 지켜내서 건강하게 무사히 출산까지 가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에게 이야기한다. 평소 애정표현도 없고 기쁜 감정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남편인데 입이 귀에 걸려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아이를 출산할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서 하루하루가 신난다.



아차!

꿈이었다. 며칠 전 나는 임신하는 꿈을 꿨다. 그동안 생각을 안 하려고 일부러 바쁘게 살아왔는데 계속 스트레스받고 무의식적으로 ‘아기 갖고 싶다’라고 생각이 났나 보다.

꿈에서마저 임신하는 꿈을 꾸다니... 해몽을 찾아보았다. 본인이 임신하는 꿈은 다른 사람에게서 임신 소식이 들려오거나 좋은 일들이 생길 꿈이란다. 대체 나 말고 누가 임신을 했나 궁금해졌다. 내 주변에 임신한 사람이 없는데? 아직 결혼 안 한 친구도 많고? 결혼식 하는 친구는 좀 있고.. 내가 혹시나 또 상처받을까 봐 임신했는데 말을 안 하고 있을 수도 있지...라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하는 걸 아는 내 지인들은 출산하고 나서 혹은 출산을 얼마 안 앞두고 임신 소식을 말한 경우도 있다. 배려해 주는 마음에 감사했다.



이은대 작가님의 무료 글쓰기 강연에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본인의 스토리를 이야기할 사람으로 나를 지목하셨다.

“사실 제가 임신 준비 중이에요. ”라고 말하자 은대 작가님께서 ‘아이고, 너무 좋아요. 고마워요. 제가 아이를 워낙에 좋아해서 원래 셋 낳고 싶었는데 그때 감옥에 있을 때라...’라고 말씀하셨다. 워낙에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 오히려 내가 임신할 계획을 이야기하면 주변 어른들은 좋아해 주신다. 나는 원래 아기들을 좋아했다. 남의 아이도 좋아하고, 내 사촌동생, 조카는 더 좋아한다.



내가 올해 초 임신했을 때 꾼 태몽은 ‘서장훈’ 꿈이었다.

서장훈 꿈을 꾼 뒤 산부인과에 가서 피검 수치로 임신 확인을 받았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연예인이 나오는 꿈은 태몽일 수도 있다고 한다.

서장훈이랑 데이트하는 꿈을 꿔서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가 나올 줄 알았는데, 초기에 유산을 해버렸네? 하긴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랑 악수하는 꿈도 꾸고 연예인 꿈 여럿 꿨는데 복권도 당첨 안 되고 다 개꿈이었다.



시험관 시술은 아직 소파수술 한 이후로 월경 소식이 없어서 6월은 되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이번엔 바로 임신될 수 있게 누가 내 태몽 꿈을 꿔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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