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는 사람
남편이 반차를 쓰고 12시에 퇴근했다.
남편과 시원한 냉면으로 점심을 먹고 남편 병원에 따라갔다가 선물 받은 기프티콘이 많이 남아 동네 ‘메가커피’에 들렀다.
맛있는 초코라테를 먹으며 벤치 앞에 앉아 신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앞에서 던킨도넛을 먹고 있던 어딘가 좀 이상해보이는 한 남자가 다가왔다. (많이 보면 30대이고 20대 정도 되어 보였다)
“저기요. 아까 카페 앞에서 사진 찍으셨죠? 제가 사진 찍히는 거에 많이 예민해서 그런데 삭제해 주세요.”
나는 당황하기도 했고 기분이 나빴다.
내가 내 폰으로 음료수 찍었는데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신랑은 “사진 찍었어? “라며 물어보았고 나는 ”음료수 사진 찍었어요. “라고 했다. 그 사람은 사진앨범을 보여달라 하셨고 본인의 얼굴이 아주 흐릿하게 보이는 사진을 보곤 삭제를 요청하셨다. 나는 똥 씹은 표정으로 얼른 삭제를 눌렀다. 그리곤 이어지는 그 사람의 말은 ”휴지통에 있는 것도 지워주세요. “라고 했다.
휴지통? 컴퓨터인가? 휴지통이 어딨어? 삭제된 항목을 말하는 건가? 그리곤 삭제된 항목에 있던 사진도 다 삭제했다. 확인까지 하더니 그 사람은 가버렸다.
우리 남편은 “저 사람 어딘가 모자란 사람 같아 보여. 이상해. 너 혼자 있었으면 분명 시비 걸었을 거야. 혹시 지명수배자라 얼굴이 나오면 안 되는 거 아냐?”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했다.
나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놀라기도 했고 내가 잘못한 건가 싶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음료 사진 찍은 거밖에 없는데...
첨부 사진은 삭제요청한 사진은 지우고 얼굴이 안 나온 사진을 살려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