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다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나서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대기가 오래 걸리지 않았고, 진료카드를 내고 10분 정도 앉아있으니 이름을 부른다.
“주사 잘 맞았죠? 초음파 한번 봅시다.”
초음파를 보시면서 “아직 딱히 커진 게 없네요. 내려오세요.”
역시 난포가 커지지 않았다.
다낭성증후군이 있다 보니 생리도 배란도 남들에 비해 어렵다.
특히 나는 더 더딘 편이다. 성격도 급하고 다 빨리빨리인 편인데 난포만은 여유가 있다.
난포까지 빨리빨리 커지면 좋을 텐데.
28일까지 아침, 저녁 주사를 챙겨 맞고 내원하라고 하신다.
나 27일부터 강원도 여행 가는데 진료 일정을 바꿔야 하나 계속 고민만 하고 있다.
주사실 차례가 와서 주사를 받으러 들어간다.
간호사님에게 “혹시 진료 일정 바꿀 수 없죠? 주사 더 받을 수 없나요?”라고 용기 내어 물어본다.
간호사님이 당황하시며 “아, 그건 원장님에게 이야기하셔야 해요. 제가 말씀드려 놓을게요.”하시며
주사가 적힌 쪽지를 들고 진료실로 들어가신다.
진료실에 계시던 간호사가 이름을 다시 부른다.
“아 28일에 못 오세요? 그럼 29일 날 오세요.”라고 원장님이 말씀하신다.
“아, 저 그게 저 30일이나 31일에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30일에 오세요. 대신 28, 29일에는 아침 주사만 맞는 걸로 합시다.” 하면서
수정테이프로 진료기록을 빡빡 지우시며 날짜 수정을 하신다.
원무과에서 다시 카드 결제 취소를 하고 주사실로 들어간다.
“저희는 원장님이 처방하시는 대로 주사를 드려야 해서 못 오실 거 같으면 진료실에 이야기하셔야 해요.”라고 하시면서 알려주신다.
“네, 고민만 하다가 말씀을 못 드렸어요. 죄송합니다”
나에게는 난임 시술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힐링하러 가는 여행이므로 이런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포기 못한다.
집에 올 힘이 없어서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왔다.
오자마자 바로 저녁에 맞아야 하는 주사는 냉장고에넣었다.
오늘 남편이 수원 동창 모임이 있어서 따라가는 김에 인독기 조원님을 만나기로 했다.
가서 시간 맞춰 잊지 말고 배에 주사를 놓아야지.
그리고 30일에 다시 병원에 가야 한다.
12월 2일에는 인독기 멤버님들과 이해인 수녀님 만나러 부산 일정을 계획해 놨는데 병원 진료 날짜 때문에 왠지 못 갈 듯한 느낌이다. 30일에 병원 가봐야 알 것 같다.
이번에는 난임 시술 날짜랑 겹치는 게 많으니 속상하다.
난임 시술이 주목적이지만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되는 것만큼 속상한 게 없다.
잘 된다는 보장만 있으면 기쁘게 이 과정을 즐기겠는데 계속 실패를 하니 이제는 의욕이 없어졌다.
서울대병원이랑 산부인과 진료까지 미루어가면서 강원도 여행을 가는 만큼 스트레스 마음껏 풀고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