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문미영 Dec 05. 2023

힘을 좀 빼세요

수영에서 배운 삶의 철학

어제는 수영 첫날이었다.

이미 산부인과에 다녀오느라 수업 시간에 좀 늦어서 정신이 없었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수영모와 수경을 쓰고 들어가는데 강사님이 “수영모 안에 머리 다 집어넣으셔야 해요. 그리고 샤워를 하고 오셨더라도 샤워를 하고 오셔야 해요. “라며 말씀하신다.

나는 다시 샤워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수영모를 제대로 쓰고 수영장에 들어간다.

수영장 물은 따뜻하고 물이 깊지가 않아서 일단 안심이다.

왼쪽은 초급반 오른쪽은 중 고급반인데 한 강사님이 돌아가면서 강습을 하시는 것 같다.

확실히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은 배영, 접영 등 물에서 자유롭다.

나는 일단 욕심을 안 부리고 물 공포증을 극복하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차분히 강사님이 하라는 대로 한다.

앉아서 발차기 100번, 엎드려서 발차기 100번 숨쉬기 20번 등을 하고 나니 수업이 끝났다.

내가 수업 시간 내내 들었던 말은 “다리에 힘을 빼고 무릎을 굽혀야 합니다. 다리에 힘을 주면 안 돼요.”였다.

나는 긴장을 해서인지 아직 물이 익숙지가 않아서인지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힘을 빼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도 다리에 계속 힘이 들어간다.

아마 내가 제일 초급이라 강사님도 많이 답답하셨을 것 같다.

초급반 중에서도 제일 초급.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그런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너무 힘을 내서 열심히 살려고 했다.

힘을 쓰면 나만 지치고 힘들다가 결국에는 번아웃이 오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힘을 주고 열심히 살려고 했는지.

수영을 할 때 물에 뜨기 위해 힘을 빼야 하는 것처럼 인생을 편하고 여유롭게 살기 위해선 힘을 좀 빼야 한다.

어제 수영을 하느라 긴장을 해서 그런지 몸이 너무 피곤했다.

게다가, 과배란 주사까지 맞았더니 호르몬의 영향으로 더 피곤했다.

이렇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힘을 줄 땐 힘을 주고 힘을 빼야 할 땐 힘을 빼고 살아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