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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훈훈한 아침 출근길

by 작가 문미영




“선생님, 내일부턴 노은역까지 나오지 마시고 동네 앞에 서 계세요.”


통근 버스 기사님이 나에게 하신 말이다.

입사한 날, 나는 통근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통근버스라는 것을 처음 타 본 나는 감사하면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매번 버스나 지하철 타고 출근했는데, 통근버스가 있을 줄이야.

다음 날. 7시에 노은역에서 버스가 출발하는 것을 알고는 6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고 6시 40분에 집을 나섰다. 역까지 빨리 걸어야 10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아침잠 많은 내가 버스를 안 놓치고 타려고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긴 해도 통근버스가 있어서 편했다.

기사님이 내가 노은역까지 걸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배려 차원에서 “중간에 잠깐 세워서 태워드리면 되니까 역까지 나오지 마시고, 7시 5분까지 집 앞에 나와 계세요.” 그 한마디가 너무 감사했다. 원래라면 기사님은 회사에서 지시한 대로 정해진 정류장에서 멈춰야 하지만, 나를 배려해서 (심지어 나 혼자 타는데) 편한 곳에 있으라고 하셔서 아침부터 감동이었다.

덕분에 좀 더 잠을 잘 수 있었고, 서두르지 않고 나올 수 있었다.

어느 날, 기사님이 “내일부터 저 논산으로 가야 해서 선생님 이제 못 태워드려요. 대신 다음에 오실 기사분에게 전달해 놓을게요. 내일은 혹시 모르니 노은역으로 나오세요.”

기사님이 가신다고 해서 아쉬웠다. 아무래도 전세 버스이다 보니 기사님도 자주 바뀌고 우리 회사만 이용하는 버스가 아니라서 이해가 되면서도 서운했다.

며칠 뒤,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젊은 기사님이 오셨다.

“말씀 들었습니다. 노은역 말고 다음 정류장에서 태워드릴 테니 예전처럼 집 앞에 서 계세요.”

젊은 기사님은 잘 웃으시고 직원들이 타실 때마다 인사도 잘하시고 싹싹했다.

기사님이 열심히 밝게 사시는 것 같아서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하루는 아침에 기사님에게 간식거리를 내밀며 말했다. “기사님, 항상 수고가 많으세요. 배려해 주시는 마음이 감사해서 드려요” 저번 기사님에게 감사 표현을 제대로 못 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새로 온 젊은 기사님이 쑥스러워하시면서도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웃으면서 나의 성의를 받아주셨다.


기사님은 나에게 며칠 후에 커피를 답례로 주셨고 나는 퇴사하는 날 전에 “기사님, 저 퇴사예요. 내일부터 거기서 안 세우셔도 돼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이고,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가끔 그 기사님이 생각난다. 그 기사님은 요즘도 전 회사 직원들을 새벽부터 태우시느라 수고가 많으시겠지? 기사님 덕분에 나에겐 비몽사몽 출근길이 훈훈한 출근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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