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무늬 애니메이팅

자잘한 거 하나 젠체할게요.

by BAEK Miyoung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시작하기로 한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연초에 다른 일들을 살피다가, 이제야 이 작업을 위한 정비를 가다듬고 있다. 2016년도 이렇게 새 작업과 함께 가려나보다.


지금은 영상의 표본이 될만한 짧은 분량의 테스트 영상을 제작하려 애쓰는 중으로,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힘들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 시작 부분이 잘 나와야 전체 작업을 끌고 가는데 힘이 난다. 그렇지 못할 시에는 작업 내내 스스로 주저함이 잦아진다.

한동안 이 영상의 초입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이렇다 할 궁리가 떠오르질 않았다. 우선 '이렇게 한번 해볼까'라는 발상이 떠오른 덕에 시작을 하긴 했지만, 아직 완전한 확신이 들었다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부디 영상이 곱게 빠져서 이런 의심을 해갈해주길 바란다.


오늘은 요 며칠 전부터 내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붓게 만드는 '기린의 무늬'에 관한 글을 남기려 타자를 두드린다. 잠시 이것을 그리느라 쌓인 피곤함을 덜어도 내야겠고, 또 그리다 보니 내심 뿌듯한 마음도 일어 자랑이라도 해야지 싶어 졌다.


기린이라는 동물 그 자체도 흥미롭지만 그것을 화폭에 옮겨 그리는 것은 그보다 더 흥미롭다. 특이한 생김새와 저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무늬는 그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놓았을 때 다른 동물보다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 기린이 영상 초입에 아주 짧게 등장한다. 나중에 재등장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기린물고기.jpg 테스트 영상 중 한 장면

문제(?)의 시작은 이 그림 속 기린이 가만있는 게 아니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기린의 동선을 화면 속에 기록하는 건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에 비해, 그가 가진 무늬를 애니메이팅 하기는 무척 까다롭다. 그냥 무늬 모양의 텍스쳐를 가져다가 덮고 끝내자니 기껏 그려놓은 기린의 모양새가 죽어버린다. 결국 무늬 하나하나 애니메이팅 하기로 마음먹고 그를 만들고 있다.


첫 번째로, 긴 원통형의 형태를 가진 목부분의 무늬를 그리는 중이다.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기린2_a.jpg

1. 민둥이 기린을 그린다.

2. 입체 형태를 파악하기 위해 가로 세로 중심선을 그려 넣어 부위를 나눈다.

3-4. 각기 다른 색의 선을 사용해서 무늬를 여러 갈래로 나눠 그린다.


이렇게 3-4의 과정을 반복하며 기린이 움직이는 결을 따라 무늬를 그려낸다.


아래는 이 과정을 거쳐 그린 원화를 한데 모아 만든 이미지이다.


기린2_b.jpg 오오 선들의 전쟁!

선이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서 무척 헷갈린다. 자칫 부자연스럽게 그려 넣었다가는, 움직임 자체가 어색해질 수 있으니 더욱 신경이 쓰인다.

sticker sticker

크흐......... 무늬 좀 크게 크게 넣을 걸...



이를 그리고 있자니 예전 대학고 1학년 때 애니메이션 하청 회사에서 원동화 알바를 했던 때가 생각난다. 화려한 무늬를 가진 상자를 클로즈업하는 씬이었는데, 각진 네모 상자를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그리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그 속의 무늬를 일일이 그려내는 게 얼마나 힘들었던지. 결국 회사 안에서 다 끝내지 못하고 집으로 일감을 가져와 마저 끝냈던 적이 있었다. 장당 백원으로 삯을 받았으니 그리 일해서 받은 돈이 만원 조금 넘는 돈이었을 것이다.

그때 그 상자에 그려져 있던 무늬에 비하면 이 기린의 무늬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 그림은 '내 그림'이니까.(그렇다 해도 예나 지금이나 힘들다는 건 큰 변함이 없다.)


아래는 이 원화 그림을 라인테스트 한 영상이다.

짜잔 짜잔. 그럴싸하구나. 뿌듯하다.

자.

이제 기린 얼굴에 있는 무늬와 몸의 무늬를 원화를 그리고, 그를 마치면 동화를 마저 그리면 된다.

아자아자...

ㅠ_ㅠ아아 즐거운 애니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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