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플러 Miyoung Jul 12. 2023

단풍나무 집에 안기다



“단풍나무 집에서 모일거야. 같이 하자, 도움이 필요해.”

한국으로 돌아오고 얼마가 지나자 친구가 말했다. B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만들었나보다. 사실 알고는 있었지만 겨를이 없었다. 그녀가 커뮤니티의 그림을 그리고 완성하는 과정은 조용했다. 마치 캐나다의 잔잔한 호숫가까지 길을 내기위해 그 넓은 땅을 파고 메울 때처럼, 깊은 숲속까지 전기와 수도시설을 끌어오기 위해 요란스레 포크레인을 동원할 때처럼 그렇게 조용했다. 그녀가 도모한 일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지 않았다. 때마침 같은 도시에서 살지도 않았다. 조용하고 민첩하게 진행되었던 일은 어느 날 그녀의 한마디 말로 실체를 드러냈다.


“오픈암스(Open Arms)야, 이름이 어때? 잘 지은 것 같아?”

“응, 정말 괜찮은 이름이야. 따듯한 엄마의 품 같아. 어떤 일을 하는 거야?”

“우리는 한국에 있는 고아원들과 협업해서 일을 할 거야. 여러 곳이 있어. 아이들을 그저 안아주고 올 거야. 그리고 좀 더 자란 아이들에게는 영어도 가르치고. 쉽고 재미있게 말이지. 10대들에게는 캐나다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싶어. 그러면 나중에 자립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 너의 도움이 필요해. 언어도 되고, 양 국가의 상황을 너무도 잘 알잖아.”

나는 선뜻 발 벗고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지 않았다. 이번엔 망설여진다.


“B 고마워, 이번에는 그냥 한 번 참석해볼게. 그런 뒤에 결정할게.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 

‘지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나야, 지금은 다른 사람보다 나를 돕고 싶어.’ 친구의 말에 답하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음은 누구에게나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다. 봉사를 할 때 느끼는 보람은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권 감정이기도 하니까. 그런 일은 열일 제쳐두고 해야 할 텐데, 이번에는 남이 아닌 나를 돕겠다고 용기 내어 말하고 있는 중이다. 


“응, 알았어. 괜찮아. 생각해보고 언제든지 말해줘.”

두리뭉실한 말을 내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관계. 우리는 그런 관계를 10년 넘게 이어왔다.


단풍나무집에서 오픈암스의 공식적인 탄생을 지켜보며 이 곳에서 하길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빨간색 단풍나무 잎. 어떤 정치색도 이념도 없어 보이는 참 별로인 디자인이라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다르다. 캐나다에서 느꼈던 그 포근하고 젠Zen스러운 느낌이 이곳에서도 느껴진다. 자연적인 인테리어 덕분일까. 큰 일체형 대문을 밀고, 이 집에 들어서면 안내 데스크 오른쪽, 일렬로 쭉 세워진 나무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마치 “자연 속으로 어서 오세요. 이곳은 안전합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바비큐 특성상 지글거리며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 뿌연 연기를 빨아드리는 환기통 소리를 피할 순 없다. 그러나 그 소리마저 리듬처럼 들린다. 사람들의 기분 좋은 말소리 덕이 아닐까. 이 날은 오픈암스에 동참하고자 하는 멤버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가을 밤 단풍나무집을 수놓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그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