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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7] 셀프 코칭 56. 바람 부는 브르타뉴

바람 부는 브르타뉴Bretagne

by 벨플러 Miyoung

인스타그램 포스팅 중 자주 보는 영상이 있습니다. 장작이 타는 벽난로가 있는 실내 풍경과 큰 대형 유리벽을 통해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깥 풍경이 동시에 보이는 영상입니다. 대조적인 이 영상은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마음입니다. 휘몰아치는 세상을 보면서도 내면은 따듯하고 안락합니다. 단단한 보호막이 있어 안전함을 느낍니다.


애초에 휘몰아치는 세상이 없으면 어떨까요? 천사가 가득한 밝은 세상. 그런 세상도 내가 좋아하는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그곳에는 이상적인 세상만 존재합니다. 세상의 풍파가 보이지 않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험한 세속적인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세상이 갑자기 얼음으로 바뀌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응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요? 천사들만 사는 세상에 불이라도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고 보니 이 그림에는 안전막이 없습니다. 천사들도 우왕좌왕할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 영상처럼 밖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안락한 거실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휘몰아치는 세상의 풍경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5년 만에 만난 친구는 어른인데도 더 건장해졌습니다. 나의 첫마디가 이렇습니다.

“와~! 너 너무 좋아 보인다! 예전보다 훨씬 더 빛나고 건강해 보여!”

오랜만의 만남이라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좋은 친구관계이긴 하지만 어떤 이유로 연락이 끊어졌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아니면 어떠한 접점이 없어서이든 그런 관계도 있는 것이죠.


근황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한 건 숙고를 한 후입니다. 좋으나 조심스러운 관계도 있습니다. 하는 일과 연관이 있으니, 조언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오랫동안 관련 업계에 있었으니, 그만한 전문가도 드뭅니다.


일적인 방향을 얘기하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중간중간 개인적인 이야기도 조금 합니다. 오랜 시간의 틈이 점심식사 시간으로 메워지는 삶이 오히려 명료하고 간단해 보입니다. 그러니 그동안 스스로 지지고 볶은 시간이 어이없게도 부산물처럼 느껴집니다. 핵심을 말하는 세상에, 핵심적인 시간만이 생산력 있게 느껴집니다. 이래서 아티스트들을 경제인들은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블라블라가 너무 많으니까요.


친구는 식사 처음에 잠깐 언급했던 이야기를 말미에 다시 합니다. 내가 물었거든요.

“요즘 바캉스는 어디로 가고 있어?”

프랑스인들에게 바캉스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러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응, 난 요즘 그런 것에 흥미를 잃었어. 어디를 꼭 간다기보다는, 시간 날 때마다 엄마집을 수리하고 있어. 텔레 트라바이Télé-travail(자택근무)를 하면, 수요일에 떠났다가 월요일에 올 수 있어.”

친구 어머니의 집은 프랑스 지도에서 왼쪽에 있는 브르타뉴Bretagne지역에 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죠. 유독 그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관광지로 조성된 곳이 많죠. 대표적인 곳이 몽생미셀Mont Saint-Michel 수도원이나 생말로Saint-Malo 항구 도시이죠.


기본적으로 바람 불고, 비가 많이 오는 곳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프랑스에는 이런 곳도 관광객이 많습니다. 역사적인 건축물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몽생미셀Mont Saint-Michel을 방문했을 때도 춥고 바람이 불었었고, 생말로Saint-Malo에 있는 친구집에 있을 때도 매우 추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러 알리지 않은 이유도 있었습니다.


5년 만에 만난 친구의 어머니 집이 그런 브르타뉴Bretagne 지역이 있다니 새로운 사실입니다. 친구가 그럽니다.

“나는 나중에 엄마집에서 살 것 같아. 혼자 뚝딱이며 집에 고칠 곳을 고치고, 회오리치는 비바람 풍경을 바라보면 고독하게 살 거야.”

친구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습니다.

“브르타뉴 지역 날씨를 좋아해?”

친구는 그렇다고 합니다.

축축하고, 사선으로 비가 오는 그곳이 좋다고 합니다. 머리카락이 휘달리다 쩍쩍하며 얼굴의 아무 곳에서 붙어 빗방울을 떨어뜨리는 그곳이 좋다고 합니다.

“넌, 여전히 참 특이하구나!”

예전부터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여전합니다. 불편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저 말 그대로 특이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인인데 노르웨이 말을 하고, 파리 비스트로에서 갑자기 영어로 웨이트리스와 대화하는, 식당 예약이름이 John Deers인 그런 친구입니다.


그 친구에게 그랬습니다.

“응,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제 알겠어. 열린 문으로 휘몰아치는 브르타뉴를 바라보는 너의 모습이 그려져. 고독을 자처하는 너와 찰떡인데!”

흐린 세상에 사선으로 빗발치는 빗줄기와 어두운 풀색으로 가득한 풍경이 보입니다. 브르타뉴 특유의 돌색과 어우러져 구레나룻까지 올라온 턱수염을 한 남성이 그림처럼 앉아있네요.


John Deers가 꿈꾸는 안락함이 느껴집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나도 흐뭇하네요. 보호막 안에 있는 모습은 누구든 안전감이 드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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