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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1] 셀프 코칭 60. 겨울비

by 벨플러 Miyoung

하얀 입김이 납니다. 춥지는 않습니다. 오늘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빗방울을 좋아합니다. 캐나다에 지내면서부터 생긴 습관입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비가 와도 인생이 우울하지 않아 졌습니다. 비의 감촉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마에 또르르 떨어진 빗방울이 뺨을 타고 입술을 지나 목의 옆선을 타고 흐르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봄비도 좋고, 여름비로 좋습니다. 송글 송글 머리카락에 맺히는 물방울이 정겹습니다. 마치 아기 천사들이 내려앉는 깃털처럼 가볍고 옹기종기 귀엽습니다.


그런 겨울비가 오늘 내렸습니다. 아이폰 날씨예보에는 분명 비소식이 없었습니다. 잔뜩 흐린 하늘이어도 비 생각은 못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소설책의 1권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똑 떨어지더니 두 번째 방울도 떨어집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멀리 회색 공간이 잔뜩입니다. 내가 입은 카디건과 같은 채도입니다. 흐릿한 하늘이 그리 우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파스텔 회색빛이 정겹습니다.


‘이 겨울의 마지막 비겠구나!’

내일이면 봄비로 바뀔지도 모릅니다. 벌써 3월이니까요.


계절이 바뀔 때면 늘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번 겨울은 얼마나 충실히 겨울다웠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대로 겨울처럼 추운 날이 얼마였고, 겨울답게 눈이 온날은 얼마였을까.

계절은 계절 다와야 합니다. 그래야 계절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충실하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 계절에 충실할까?

그리 생각하니 나의 십 년, 일 년, 한 달, 하루,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게 됩니다. 무얼 하든 매 순간에 충실했을까. 완연한 순간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나에게. 후회 없는 삶이란 그런 것이겠습니다.


나의 감정에 충실할 것, 나에게 주어진 순간에 충실할 것, 내가 선택한 삶에 충실할 것.

선택 하고, 선택에 충실한 순간의 연속으로 이어진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누구의 삶이 아닌, 내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온화함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견고한 에이스 침대처럼 말이지요.


비가 내리는 도시 풍경이 고요하고 분주했었습니다. 오랜만에 내린 비가 귀했는지 사람들의 표정도 온화해 보였습니다. 이런 귀중한 겨울비는 처음입니다. 빗방울이 머리와 눈썹 위에 내려앉습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하얀 입김과 함께 신선하고 포근합니다. 종종걸음으로 거리를 걸었습니다. 오늘따라 비가 평안합니다. 마음이 그리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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