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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2] 셀프 코칭 61. 사람

by 벨플러 Miyoung

나는 사람이 좋습니다. 무슨 말인가 쉽지요? 사람이니 사람이 좋은 건 당연하다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는 의외라 합니다. 놀란 목소리로 물었기 때문에 압니다.
“너가 사람을 좋아했어?”

아마도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지 알았나 봅니다. 그리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 번도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우리는 고등학교를 거쳐, 20대, 30대의 가끔, 그리고 40세가 될 때까지 한 번도 사람에 대한 호불호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마흔이 넘어, 가끔 통화 중에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입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없었던 사람들이랑 서로 누가 누군지 모릅니다. 우리 둘 만이 공통분모입니다. 공통분모는 따로 공통분모를 만들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 서로의 공통분모를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람이 여기저기 등장합니다. 플러스, 마이너스, 인수분해, 시그마, 무한대로 질서 없게 또는 질서 있게 등장합니다. 체스판을 두고 이곳저곳에 배치하며 여러 모양을 설명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어느 날 친구의 질문에 답을 한 것이죠.

“나, 사람 좋아해! 몰랐어?”

친구는 의외라는 표정입니다. 전화로도 표정이 보입니다. 그러나 말거나 나는 친구에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나도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글쎄 내가 그렇더라구. 의외지?”

사실입니다. 나는 스스로 의심한 세월이 깁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으니 당연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굳이 사람들을 찾아 나서지는 않았다는 것이지요. 특별히 일적인 관계 외에는 혼자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내 마지막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 칠공주라 불렸던 오랜 친구들입니다. 칠공주라는 건 그때 일곱 명이 친해서 우리가 그렇게 부른 것뿐입니다. 일진이나 깡패집단은 아니었으니 안심하시기 바라요.


40대 후반부터 주체적으로 사람을 만날 기회를 가져보니, 나라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과 관계하기를 좋아하는지, 나는 사람들 속에서 어떤 모습인지가 보였습니다. 또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보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귀한 경험입니다. 아마 인생의 극적인 변화가 없었다면 지금도 모르고 지나갔을 중대사입니다. 바로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는 점 말이지요. 나는 타인도 좋아하지만, 나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스스로를 더 잘 알고 가꾸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어제 어떤 분이 저에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순수하신 것 같아요.”

좋은 말 같으나 아닐 수도 있는 말입니다. 감사한 표현이었으나, 나에게는 어른이 덜 되었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내가 아는 내 모습이 있습니다. 그 점이 분명 투영된 것이겠죠.


나는 순수하고 싶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 분 말씀은 사실 ‘순진하다’는 말씀 일수도 있습니다.

순진, 순수 이런 단어보다는 “강단 있고, 나다운 사람이네요”라는 말을 듣고 싶네요.

그렇게 ‘나’라는 사람을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매일 쓰는 글이 나에 관한 글이네요. 자기애가 강해서겠죠. 저는 오히려 좋습니다. 나는 나로 살아가는 사람이기로 했으니까요. 나는 그런 ‘나’라는 사람이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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