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븐>이 한 장면도 떠오릅니다. 뭐든 지나치게 먹어도 안되는 것이라니까요... 단거Danger 대신 달걀을 먹여야 겠군요, 조금.
요즘 단것과 전쟁 중입니다. 친구는 일년, 그 이전부터 설탕을 먹지 않습니다. 달달한 하얀 쌀밥이나, 백옥같이 하얀 밀가루도 먹지 않습니다. 매우 철저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는 프랑스 식습관에 익숙했습니다. 20여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가장 참기힘든 건 식사의 꽃 디저트입니다. 과장을 좀 하자면 핑크빛 파스텔색으로 빛나는 디저트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감정이 올라와 눈물이 찔끔 날 지경입니다. 디저트 없는 세상이란...!
얼마전 출장으로 프랑스에 갔을 때도 그랬습니다. 프랑스하면 디저트이기도 하죠. 릴Lille에서는 우연히 맛본 브로탄Bretagne(영어식발음:Brittany브리타뉴)지역의 디저트 중 미니갈렛Gallette은 쫀득 달콤 그 자체였고, 에펠탑을 바라보며 먹었던 구금같이 새하얀 생크림이 올라간 그랑 마니에Grand Marnier를 가미한 크렙Crépe은 말그대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어린 아이, 어르신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행복한 순간을 선사하는 디저트를 모른 척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제가 사는 이태원에도 디저트 카페와 프랑스식 레스로랑이 많습니다. 근처 호텔에 있는 델리와 명동의 백화점 지하1층은 또 어떻구요. 단 거가(말그대로 Danger합니다 아하하) 수두룩합니다. 상상만해도 행복하지 않나요?
하루 중 단 걸 먹지 않으면 너무 괴로우니 차라리 먹기는 합니다. 폭식을 하지 않기 위해 무척 조심하는 것이 저에게는 전쟁처럼 힘든 일이 되었어요. 이제는 과거처럼 먹고 싶은 디저트를 걱정없이 먹다가는 큰 일 나기 때문이죠.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살이 문제인 것이죠.
우리가 단 것을 먹는 이유는 몸에 있는 해로운 해충때문이라고 합니다. 몸안에 있는 이름이 기억나지않는 그 해충은 생명력이 어마어마하답니다. 그 해충이 먹고 싶은 것이 단 거라 우리가 단 것을 먹는 이치랍니다. 그러니까 단 것을 먹는 주체는 내가 아니라 해충이라는 것이죠. 끔찍하죠. 나는 해충의 배를 불려주기위해 대신 먹는 행위를 하는 꼭두각시인 것이구요. 맛있고 황홀한 맛의 디저트를 매우 안전하게 배송해 주는 꼴이랄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어이가 없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나의 건강에 일체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를 나를 조종하는 해충을 위해 하는 것이 되어 버렸네요.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감정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으니 문제입니다. 장황하게 말이 길었네요. 네, 요즘 그래서 제가 단 것과 전쟁을 치르는 중입니다. 최대한 멀리하려는 의지로 매일 지내고 있습니다. 쉽지 않네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왠지 더 생각나는 단 맛. 메종 조지 라니꼴Maison Georges Larnicol 디저트 가게에 들어갈 때의 황홀한 기억만 지니고 살아야 겠습니다. 매일 습관적으로 하는 행위에 제동을 거는 것에는 강도를 가늠하기 힘든 고통이 따르는 듯 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과 관련이 되어있다면 더더욱 그런 것이겠죠. 식욕을 억제하는 것, 단 맛을 억제하는 것. 일본의 대표적인 관상가이자 <절제의 성공학>의 작가인 미즈노 남보쿠의 말대로 우리는 절제의 미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영화 <세븐>이 한 장면도 떠오릅니다. 뭐든 지나치게 먹어도 안되는 것이라니까요... 단거Danger 대신 달걀을 먹여야 겠군요,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