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급하게 먹으면 체 할 수 있다.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하고 토할 수도 있다. 인간관계도 같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 통하는 사람이 있다. 함께 있으면 세상 즐겁다. 아! 하고 잘못 말이 새어나가도 어! 하고 고쳐 알아듣는다. 내 세상을 모두 보여줄 수 있을 것 마냥 편하다. 어쩌면 운명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과의 만남이 누구나 한 번은 있지 않은가. 나와 찰떡궁합인 이 사람과의 만남은 영원할 것 같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기분 좋은 허니문 기간이 지나면 낯선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심기에 거슬리는 상대의 말과 행동이 보인다. 관계는 양방향이므로 상대에게도 그런 나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인간관계는 천천히가 답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건 좋다. 오히려 좋다. 함께하는 시간이 이왕이면 즐거운 게 좋다. 서로를 이해하려 하는 것도 좋다.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있다. 사람은 오래 보아야 한다는 것. 어릴 적을 생각해 보자. 동네 친한 친구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알고 지낸 경우가 많다. 서로의 가족과도 아는 사는 사이가 대부분이었다. 학교를 다니며 1년간 한 반에서 동고동락했던 반친구는 또 어떠한가. 우리는 친구를 오랫동안 보아왔다.
사회에서는 정해진 울타리의 성격이 다르다. 회사나 동호회가 대부분이다. 함께 오래 일을 하는 동료가 친구가 될 수 있다. 이해관계를 극복하면 가능하다. 동호회의 친분도 오랫동안 본다면 그럴 수 있다.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순수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매일 보던 학급 친구 같은 환경이 형성되지 않으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성인이 되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패턴을 알게 되었다. 각자 다른 패턴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 없다. 그저 낯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다만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계절을 겪어봐야 함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급하게 친해지는 관계는 종종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좋음으로 응축되었던 에너지의 크기만큼 나쁨으로 바뀜을 체험했다. 지나치게 가까워진 관계도 답답한 공기에 질식하기라도 하는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적당한 거리유지가 필요했다. 오히려 관계를 더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묘책이다. 숨 쉴 틈이 없는 관계는 어느덧 수톤의 철근처럼 버거워지고,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소화하기 쉽고, 숨이 쉬어지는 그런 관계가 필요하다. 중용의 진리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