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잊어야 하는 현실일까

by 벨플러 Miyoung

몇 년 전 일임에도 불과하고 희미하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 있었던 일이고,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였음에도 가끔 낯선 기억에 등골이 오싹하기도 하다. 20년의 세월이 텅 빈 채로 흘러가진 않았다. 사건은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왔고, 준비되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뜯겨 채 비행하는 상처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세상은 생각보다 냉랭했다. “너도 한 번 느껴봐!”와 같은 말을 누군가가 귓가에 확성기를 대고 반복하는 듯했다. 웅웅 거리며 울리는 진동은 가끔 온몸을 흔들어 놓았고, 나는 그 순간들을 방패 없이 직면했야 했다.


혼자의 시간은 어려웠다.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나와의 관계를 처음으로 맺어야 했다.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해야 했다. 해외생활을 하며 홀로 할 때와는 또 다른 시간이었다. 그 다른 점이란 자의와 타의의 차이 일수 있고, 시간이 흘러 나의 세상이 바뀌어서 일 수도, 또는 나라는 인물이 달라져서 일 수도 있었다. 어찌 됐는 삶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계획했던 일을 이루고 예상대로 흘러갔던 인생이었다. 어느 날 꽉 막힌 막다른 길에 들어서니 후퇴하는 길밖에 보이지 않았다.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생각지도 않은 좋은 일들도 많았다. 계획하지 않은 즐거움과 풍요로움을 얻었다. 부를 추구하지도, 즐거움만을 빌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찾아온 운명이었다. 감사하고 자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물론 그런 적도 있었지만, 바보 같은 순간이었다). 어쩌면 바로 그것이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시대에 나를 드러내지 않고, 자기 PR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 어떤 이들에게는 쉬운 일을 나는 바보처럼 못했다는 것. 나름대로 실수를 한 경험으로 후에 부끄러운 순간이 있었다. 그 후로 철저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는 더 낮아지길 바랐고, 함께 하는 이들도 그러길 바랐다.


후에 알게 된 진리가 있다. 타인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나도 나의 마음을 모르는데, 애초에 가능할 리가. 내가 원하는 삶은 나의 가치관의 반영이고 내가 조절하면 되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므로 내 가족과 주변인들을 위해서 적당히 타협할 수도 있어야 했다. 또 적당이 자신을 알릴 필요도 있다. 또는 사회에서 내 위치를 알아서 잘 설정하여 살아가야 한다. 겸손하다고 다 좋을 것 없는 세상이 되었다.


보기만 해도 기품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타인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한다. 머무르는 곳에서는 예의와 존중의 미덕이 넘친다. 그런 이들에게는 굳이 타협해야 할 현실도 없는 듯하고, 스스로를 PR 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그런 인물이 되었으면 한다, 이상적인 바람이지만....


과거를 어떻게 해야 할까의 문제에서 기품 있는 사람은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로 질문을 바꾸어본다. 그들에게 과거는 부러 잊어버리거나 부정하고 싶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시간을 성찰하고 지금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삶을 살지 않을까. 과거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소중한 자산이다. 과거의 경험 중 앞으로도 나와 함께 가야 할 기억을 선택한다. 모든 걸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니까. 잊어버리겠다 하여 과거의 모든 순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도 현관 비밀번호나 각종 중요 정보를 현재의 배경으로 기억하듯이. 아름다운 삶은 소중한 과거를 인정하고 앞을 향해 지금을 걸어가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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