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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Aug 14. 2023

텐세그리티 Tensegrity

 텐세그리티 Tensegrity 란 인장 Tension 과 안정 Structure Integrity 의 합성어이다. 미국의 건축가이자 시스템 이론가, 작가, 디자이너, 발명가, 미래학자인 버크민스터 풀러가 발명한 무중력 구조로서 1962년 특허 등록하였다.


  텐세그리티의 원리는 안정적인 인장력 떨어져 있는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부재 사이의 케이블이 서로 끌어당기며 임의의 면에 수직이 되도록 힘을 받고 있으며 지속해서 긴장 상태를 만들어 힘을 유지하는 안정적인 구조이다. 공중에 떠있는 무중력구조이고 지진이나 진동과 같은 외부적 힘에 유연한 반응을 보인다. 


떨어져 있는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이용한다.


새로 생긴 피트니스 클럽이름이 생소해서 찾아보았다. 텐세그리티. 아마도 운동시설의 특성 상 사람의 근육모양에서 착안해서 만든 이름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름이 참 철학적이고 우주적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떨어져 있는 존재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해서 튼튼하고 안정적인 구조물이 탄생한다는 말이다. 너와 내가 떨어져 있고 우리에게는 서로를 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우주 에너지의 법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든다. 지구와 달과 태양이 지금 그 자리에 있으며 각자의 세계대로 살아가는 법칙. 조금이라고 어긋난다면 아마 이 세상은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법하다. 예를 들면 태양이 식어버리고, 달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지구는 어느 날 갑자기 빙하기로 바뀌어 모든 생명체가 죽어버릴 수 있는. 그런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이 곳에서 이런 모습을 하고 사는 것에는 모두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서가 아닐까.


텐세그리티의 무중력 구조물을 보니 이곳이 더욱 더 궁금해졌다. 마침 피트니스 클럽을 찾고 있었는데, 눈 앞에 펼쳐진 대형 현수막이 나를 끌어당겼나보다. 남산 소월길 아래에 위치해있다. 지내는 곳에서 가까우니 매일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에 펼쳐진 정원뷰가 마음에 든다. 잘 다듬어진 나무가 이곳 이태원의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곳에는 정원이 있는 집들이 많다. 그 정원에 있는 나무와 꽃들이 잘 다듬어 진 것이 과거부터 있어온 전통처럼 특유한 정서가 느껴진다. 왠지 잘 정돈된 느낌이랄까. 방문을 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곳은 1층에 대원정사라는 법당이 있는 곳이다. 지나갈 때 늘 궁금했었던 곳이다. 절인 것 같기는 한데, 뭔가 당당히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약간은 폐쇄된 분위기라고 할까. 근처에 교회는 많은데 법당은 유일하다. 도시에 있는 절은 느낌이 왠지 산속의 그것과 달라 발길을 멀리하게 되는 게 이유이기도 하다. 지나갈 때마다 그리 넓지 않은 주차장에 차들이 서너대 세워있고, 절로 들어가는 문은 반쯤 열려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2층에 있는 클럽으로 올라가기위해 절 대문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조심스럽다. 인적이 드문 지 고요하기 그지없다. 프라이빗한 공간인 느낌도 강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으며 부러 주위를 둘러보았다. 큰 액자에 이 곳을 창립한 사람의 이야기가 써있다. 70년대 박정희 시절에 사회적 기부를 하여 세웠다는 이야기가 써 있었다. 당시의 액수가 지금으로 하면 2000억원 정도라니 대원정사를 만들기위한 기부자의 진심이 깊이 느껴진다. 기업을 통해 이룬 부를 이곳에 기부했다니… 나라면 과연 할 수 있는 일일까… 그의 사진을 보며 한참을 생각에 빠졌다.


액자를 뒤로하고 돌아보니 한문으로 써있는 공간이 굳게 닫혀있었다. 역시나 프라이빗한 공간임을 짐작하고 2층으로 향했다. 텐세그리티 피트니스는 새로 생긴 공간답게 깔끔하고 모던한 스타일이었다. 내부 공간도 쾌적하고 기구들고 제법 여럿이 있었다. 대형 피트니스센터가 아니라 바쁜시간에도 10명 이내가 이용한다는 말에 더 관심이 갔다. 음악이 시끄럽게 틀어진 공간보다 조용한 공간을 선호하는 나와 맞다. 기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 기구들과 필라테스 기구들이 있어 마음에 든다. 개인 사물함과 샤워시설도, 수건도, 양말까지 마련되어 있는 것이 회원제 센터답다.


안내자의 안내로 기구를 둘러보고 한 번 경험을 해본후 등록을 했다. 한달정도 이용해보고 계속 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남산이 있어 산책을 계속 하고있지만 짐에서 운동하는 시간을 늘릴 생각이다. 

등록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대원정사의 법당을 물어 들어갔다. 굳게 닫혀있던, 알수없는 한자로 써있는 곳이 법당인 줄로 알았는데, 법당은 역시 다른 곳에서 사람들을 맞아들이고 있었다. 들어서자 마자 금빛으로 장식된 큰 불상 세개가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로 중간 크기의 불상들이 그 옆과 뒤로 작은 불상들이 즐비했다. 역시 절이 맞았나보다. 순간 마음이 편해지고 내가 오늘 이 곳에 온 이유가 너무도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소홀했던 나의 몸과 정신.

몇 년전 했던 108배를 다시 해야겠다.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이 있을까. 명상을 위해서도 너무도 적절한 공간이다. 1층 대원정사에서는 정신을, 2층 텐세그리티에서는 몸을. 기회다! 몸과 마음, 서로를 돌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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