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변화는 좋은 것.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있다. 관계 속에서 허우적댈때마다 그 자리를 벗어나 공중으로 올라간다. 위에서 내려다본 우리의 모습은 미미해서 손에 잡히지도 않을 지경이다. 그 속에서 아등바등대도 있는 내 모습을 볼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하곤 한다. 저 경험도 좋지만 다른 경험도 해보면 어떨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저 곳 이어도 되고 이 곳 이어도 되니 장소에 연연하지 말자고. 사람들을 보지 말고 나를 보자고 다짐한다. 아집으로 가득찬 나도 보이고, 수치심을 극복하지 못한 나도 보인다. 아직 많이 부족한 내가 오늘 조금만 더 자라자고 돌아보고 격려한다. 귀한 존재인 나를 위해 이런 담근질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보고 이러하고 저러하니 판단을 하고 조언을 한다. 그들의 말을 잘 귀담아 들어야 하는데, 한참을 듣자보니 내가 사라진 느낌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이 늘 많으니 쉽게 행동을 하지 않는다. 많이 부족해도 되니 그냥 하려고 하면, 올라오는 감정이 있다.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을 자세히 드려다보면 그 안에 실패할까 두려워하는 내가 있다. 실패해서 부끄럽고 창피해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볼까… 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수치심이었다. 내 안에 있는 끝감정을 찾아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도대체 그 끝감정이라는 게 무언지 모르겠어서 참 답답했는데…

나는 실패한 모습을 한 나를 볼 자신이 없었던 거다.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니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고 버려졌다고 생각했다. 그 모습이 부끄러웠다, 부끄러운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수치심이었다. 단어도 생소한 수치심을 처음 들었을때 이 감정이 내 안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와 보니 모든게 그것부터 시작이었다. 수치심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순간은 잘 모르겠다. 나는 내 끝감정이 모든 경우에 수치심으로 귀결된다는 걸 찾은 것 만으로도 대단한 것 아닐까. 그동안 부정했던 나의 밑바닥 감정. 나를 창피해하는 감정. 그래 그동안 나는 나를 참 창피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를 창피해하지 않는 그런 자아부터 찾아야겠다. 귀하고 소중한 나를 찾아봐야 겠다. 창피한 존재 안에 조금이라도 괜찮은 면이 있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나의 면모를 하나씩 살펴보자. 분명 좋은 점이 조금이라고 있을 것이니.

이 모든 생각들도 멀리서보면 결국 희극일건데, 나는 일단은 비극을 비극이 아닌 것으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작업부터 하고 싶다. 일그러진 주변을 펴는 방법은 그 일그러짐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부터 일 수도 있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은 결국 모두 내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걸 인정하는 것이 먼저이겠다. 나는 찌질이도 못난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상대적이지만 내 감정이 그렇다하니 그게 맞는 거 겠다. 나는 또 담겨진 채로 오늘을 보낼 준비가 되었다. 내일이면 나올 수도 있고, 며칠이 더 걸릴수도 있다. 그러나 부정은 하지 않고 싶다. 끝감정을 이제서야 찾았는데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