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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Aug 24. 2023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하여

“과거는 없습니다“

“미래도 없어요”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현재, 지금만 살 수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과거는 현재의 모음입니다. 매 순간이 모여 과거가 된 것입니다. 과거는 전체적으로 기억되는 게 아닙니다. 한 부분이 사진처럼 남아있어, 사진첩에서 사진을 꺼내보 듯 하나씩 꺼내 사진 속 사건의 앞뒤 맥락을 이해할 뿐입니다. 우리의 뇌는 그렇습니다.“


뇌가 이러이러하니 인간의 삶은 늘 갈팡질팡하고, 그때마다 단도리를 해야하는 것이 뇌의 작용에 휩쓸리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한 뇌과학자는 뇌를 다쳤던 본인의 예를 들며 오른쪽 뇌로만 살아갈 때야말로 진정한 해탈의 경지에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때를 회상하면 왼쪽 뇌없어 살아간 그 당시가 참 행복했다고 한다. 아마도 큰 충격을 받았던 당시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은 이 영역에 해당되지 않을까한다.


충격적인 과거의 일은 나도 모르는 사이 그냥 지워져있다. 떠올리려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순간들은 무기력하게 그냥 지워져 버렸다. 혹은 무채색으로 남아있기도 한다. 회색으로 남아있는 기억들은 색을 입히려해도 잘 되지 않는다. 지루하기까지한 풍경에 에너지를 쓸 의지가 잘 생기지 않을 때가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기억이 지워지고, 부러 지우고 싶은 기억이 사라지기도 한다.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면 사라지기도 하는 순간들. 가끔 그 순간들을 떠올리려다 도저히 떠오리지 않는 건 트라우마때문인가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수많은 사진 중, 꺼내보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그런데 그 순간들을 왜 굳이 떠올리고 싶어하는 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도 있다. 꺼내보고 싶지 않다는 말은 거짓이다.


차곡차곡 쌓인 사진은 참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켰는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 어느 순간 불쑥하고 고개를 내밀곤 한다. 사진은 기억은 의도하지 않은 나의 뇌를 외면하고 멋대로 그렇게 뛰쳐나오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어찌됐는 과거는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듯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는 과거가 있는 존재이다. 사람들이 과거가 없다고 말하는 건, 일이 일어날 당시는 늘 현재이므로, 이미 일어난 일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서, 이미 지나가 일들에 빠져 지금 이 순간을 진정으로 만끽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하는 말이 아닐까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말을 이해하기는 한다. 그런데 과거는 없다는 말은 동의하기 쉽지 않다. 미래가 없다는 말도 같은 맥락일 듯하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현재를 살아가지는 않는 사람이니까.


과거와 미래를 물질적으로 만질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없다라면 그건 인정.


아니면...


아직 나는 마음공부가 더 필요한 사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오늘도 나는 즐겁게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는 것. 이런 기대도 욕심이라고 하면 그건 뭔가.. 논리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삶처럼 생각된다. 삶은 언제나 논리적이지 않으니까.


한줄 요약: 삶은 언제나 논리적이지는 않다. 있고 없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논리적인 고민보다 욕구와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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