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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Jan 20. 2023

뜸 들이기 과정이 없어졌다.

웃으면 복이 온대요.

쿵(-) 쿵(-)

아침 8시부터 시작됐다. 일정한 템포로 울리는 묘한 음색이 말이다. 공휴일은 물론이고 주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웃분대다수 연세가 많다 보니 러려니 했다. 한 달이 지나 두 달째 마늘을 이렇게 오래 일정하게 빻으면 어깨 괜찮을까 걱정이 됐다. 문득 기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심했다.



몸이 고돼서 늦잠 자고 싶었던 날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소리  근원지로 찾아가 벨을 눌렀다. 띵-동. 응답이 없다. 기계소리에 묻혔나 싶어 다시 벨을 눌렀다. 빼꼼 내민 채 "무슨 일이죠" 젊은 여자 목소리 였다. 당연히 연세가 많은 할머니라 생각이었는데 또래 여성분이라 당황했다.

"아.. 다름 아니라 절구 빻는 소리 때문에요" 그녀는  "제자리걸음 하고 있었는데 들렸나 보네요. 주의할게요" 문을 닫고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제. 자. 리. 걸. 음. 공기에 내뱉으니 허탈한 웃음만 새어 나왔다. 주의하겠다 했으니 부족한 잠을 하러 발길을 돌렸고 서서히 잊혀갔다.


온몸에 힘을 빼보실까요.

존재감이 잊히는 게 섭섭했는지 다시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날이 추워지다 보니 층간소음 민원이 많은지 매일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하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을지 답은 찾지 못했다.  나를 지킬 방법은 찾았다. 메트로놈처럼 심신안정을 위한 소리라면 소음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겐 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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