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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Jun 11. 2021

자녀와 소통 시 흔히 간과하는 부분은 '이 것'?

놓아주지 못하는 엄마, 떠나가지 못하는 딸


"너 같은 딸 낳아봐"

"누구는 어디 대학교 입학한다더라"



한 번쯤은 들어본 대사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비교하는 부모님을 말에 상처를 받았다면 어른이 되고서야 이해가 됐다. 엄마가 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녀 교육의 고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좋은 엄마이고 좋은 아빠이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은 모르는지 아이는 내 맘처럼 따라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가 부족 한한 탓일까 고민하던 친구가 떠올랐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고 우여곡절이 많다. 부모 또한 사람이니 서툴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주변의 조언을 얻는 건 좋지만 비교는 불행의 시작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에 답이 있었다.


어린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본다. 그곳에 답이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상황들이 연출되었다. 남자아이가 아니란 이유로 이 세상에 없는 아이로 한 달을 살았다는 사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시절에 태어난 죄라고 할 수 있지 싶다. 12월 태생임에도 1월에 출생 신고를 했으니 말이다. 축복을 받지 못했음은 중학생 때 알게 된 사실이라 충격은 덜했다. 이보다 더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실이 있다. 첫째 며느리인 어머니는 딸을 출산했다는 이유로 구박을 받으셨는데 몇 해가 지나고 둘째 며느리는 아들을 출산을 해서 경사라며 고된 일은 어머니가 다 했다는 소리를 듣고 피가 거꾸로 쏟았다. 나름의 반항으로 어린 손녀가 설거지를 하고 있고 전을 붙인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했겠냐만은 같은 며느리인데 차별하는 할머니가 미웠기에 어머니의 일을 도와드리면서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이다.



어느 순간 내 머릿속엔 친척동생들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예쁨을 받는 거구나 '편애'라는 걸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 친구들과 2세 얘기를 할 때면 표면적으로는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위험하니깐 딸이면 불안할 거 같아, 아들을 낳고 싶지라고 했었는지만 깊은 내면에는 딸로 살아가는 것은 힘든 여정이라는 등호처럼 디폴트로 생각하는 걸 보면 얼마나 깊이 뿌리 박혔는지 알 수 있었다.

 

@애니스 프렛/ unsplash
첫째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누나가 돼서는 쯧쯧..
동생에게 양보해야지, 장녀가.. 



첫째 딸이란 단어에서 연상되는 느낌은 강인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강인해야만 한다를 내포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주관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기가 세다로 인식한다. 신조어로 korea 장녀를 줄여서 K장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신선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정이 들면 친구가 되는 친화력이 넘치는 한국사람 이미지, 기가 세다는 장녀가 더해졌다라 그것은 천하무적이 아닐까. 만들어진 배경이 궁금해진다. 아직도 첫째라면 응당 그렇게 행동해야지라는 강요를 받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이 것'은 무엇일까 


과거의 어떤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자녀에게 투영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읽었던 책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일부분이다. 어린 나이에 강요만 받고 자란 자녀가 엄마가 되었다. 어느 날 동생에게 배려하지 않는 자녀 모습에 '어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엄마 말이 말 같지 않아? ' 이런 상처되는 말을 뱉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첫 째 딸로 압박을 받고 자란 과거로 인해 저자분은 자신의 부모보다 닮아 있는 자신의 어떤 부분을 미워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자신이 부모의 영향 아래 놓인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이며 조언해주었다. 본인의 상처를 인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은 결국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숨겨왔던 상처인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방치해놓으면 곯아 터지는 것처럼 상처와 마주하고 힘들었겠구나 자신을 위로하며 아픈 기억을 놓아주는 것을 권하고 싶다. 나조차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말처럼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야, 부족해서 그런 거야 이런 말은 사실은 아픔에서 회피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위로해주는 시간을 갖고 본인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우리는 사랑받을 자격도 충분하 사람이니까. 

@unsplash


부모와 아이 중 한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는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았음을 알립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모습에 
투영된 자신의 어떤 부분을 미워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부가 아닌 것은 거슬리지 않는다. 

-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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