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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Oct 06. 2021

N년차에게 찾아온 고난

유죄입니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야 처음 하는 일인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대신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건 있어선 안돼.


멘토로서 멘티를 맞이할 때마다 하는 멘트이다. 6개월간은 동일한 질문을 해도 처음 설명하는 것처럼

자세히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내게 어느 날 시련이 다가왔다. 느닷없이 새로운 곳으로 발령을 통보받은 것이다. 팀장님도 발령을 몰랐다며 당황해하고 계셨다. 그동안 하던 업무에서는 벗어나지 않지만 분야가 판이하게 다른 곳이라 모든 게 낯설고 겁이 났다. 중고 신입 처지라지만 실제로 신입과 별다르지 않다는 게 함정이었다. 실적을 잘 내던 직원이니 기대한다는 말에 대한 압박감, 선배님이라 부르며 되려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해도 되냐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더욱이 그렇게 만들었다.  모르는 것 투성이라 바쁜 짝꿍 눈치를 보기 급급했고 습득하는 시간이 늦다는 점도 한몫 거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을 할 때면 눈치를 살피고 고개를 숙인 채 잔뜩 움츠려 든 나를 발견했다. 그동안 멘티들도 내 눈치를 봤겠지 싶은 나날이 지속되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인가.



모르는 게 죄인 걸까 내 존재가 죄인 걸까.


같은 시기 발령을 받았던 직원은 실적이 좋은데라며 비교가 시작되었다. 어쩌면 눈에 가시였을 수도. 그러던 어느 날 팡하고 일이 터졌다. "이걸 질문이라고 해요?" "이게 아직도 판단이 안돼요?"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지만 고이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 정도 눈물이 차오름을 느끼고 화장실로 도피했다. 한 껏 눈물을 쏟아내고 동일 업을 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내가 기본적인 질문은 한 걸까?" "네 편이라 그런 게 아니라 그건 물어보고 정해야 하는 질문이었어. 이 정도면 너 싫어하는 거야 "라고 답했다. 나를 싫어한다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내 일도 하기 바쁜데 중고 신입이라니 나 같아도 싫었을 것이다. 배움도 느리니 오죽 답답했을까. 똑같은 질문은 하지 않도록 메모하고 질문하기 전에 세 번 이상 생각해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선배니까 심한 말은 듣지 않은 것이라며 정신승리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copyright _ 앤드류 테오



출구는 어디인가요.

 

노력을 했음에도 나아지지 않는 실적에 나라는 존재는 팀에게 민폐라는 생각부터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펼쳐졌다. 출근을 할 때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살이 쭉쭉 빠지고 숨이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고 결국 어느 날 터져버렸다. 그날도 오전에는 팀장님에게 깨지고 오후에는 짝꿍 후배에게 혼쭐이 났다. 혼날 때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움츠러드는 내 모습이 싫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생각이 번졌다. 살기 위해 팀장님께 타 부서로 발령을 요청드렸다.  다행히 인력 부족하다는 곳이 있었고, 신입이란 마음가짐으로 차근히 일을 배워나갔다. 덕분에 업무는 익숙해졌으나 그 부서로 발령을 권유받을 때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발현된다. 



일만 저질러 놓고 힘들다고 손을 뺀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얻어 속상하지만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기에 도피하지 못했다면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일을 못했으니 듣는 건 당연하지.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냐는 사람이 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상처가 되기도 하기에 나의 멘털이 유리였음은 부정하지 않는다. 아직도 멀리서 그들이 올 때 회피하는 걸 보면 아직까지도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언젠가 그들을 아무렇지 않게 인사할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나를 대신 지켜주는 것은 나밖에 없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직, 퇴사, 인간관계에서 고통을 느끼고 힘들다면 잠시 그곳을 벗어나는 것이 낙오자가 아니니 본인을 울타리 안에 가둬두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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