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 잊은거야?
오늘은 결혼하기 좋은 날인가 보다. 비 소식이 있어 걱정했으나 해가 쨍쨍하니 그들의 결혼식을 날씨 요정도 축하해주는 듯하다. 하객패션으로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패딩은 안 어울려, 호기롭게 코트를 가볍게 걸치고 집을 나섰다.
기분을 업 시켜줄 음악은 폴 킴 '커피 한잔 할래요'를 선택했다.
커피 한잔 할래요.
두 입술 꼭 깨물고 용기 낸 그 말
커피 한잔에 빌린 그대를 향한 나의 맘
보고 싶었단 말 하고 싶어 죠.
그대도 같나요.
그대 나와 같나요.
그대도 조금은 내 생각했나요
폴 킴의 나긋한 목소리, 설렘을 한 스푼 넣는 가사까지 마음이 말캉말캉해졌다.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결혼식이 세 개가 있는 날로 체력을 안분해야 한다. 그녀들의 인생 2막의 시작점에서 참석함으로 직접 응원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특히 2부까지 진행되는 호텔 웨딩이 기대된다. 수많은 결혼식을 참석했지만 2부까지 진행되는 결혼식은 없었기에 색달랐기 때문이다. 웨딩사진부터 천사인 것인가 싶은 포스를 품 겼다. 사진상으로 셀렉한 본드 레스도 예뻤지만 2부 드레스는 결혼식의 주인공은 단연코 그녀임을 알 수 있는 드레스로 얼마나 예쁠까 괜스레 설레기 충분했다.
오늘은 결혼하기 좋은 날.
결혼식 일정은 삼성역 근처 12시, 시청역 근처 2시, 여의도역 근처 5시 결혼식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12시 예식은 1부와 2부로 진행되었고 평생 한 번뿐이 결혼식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정말 아름답다는 표현이 적절한 식으로 진행되었고 친구에게 눈도장과 사진만 찍고 바삐 짐을 챙겨 다음 예식장으로 이동했다. 2시 결혼식은 천주교 예식으로 셔틀버스가 없었다. 이게 그렇게 큰 차이인지를 체감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끝없는 계단을 구두를 신고 뛰게 될 줄이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착했지만 미사 중에는 입장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고 축 늘어진 어깨로 뷔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라도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을까 싶어 미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린 결과 신부와 사진을 찍기에 성공했다. 여기서 고민이 사작됐다. 발의 통증은 신발을 벗고 걷고 싶을 정도로 한계점에 도달했고 5시 식전까지 참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잦은 왕래는 없는 친구로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던 친구라 미안하지만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택시를 사치라 생각하는 사람으로 눈앞에 버스정류장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며 때마침 오는 버스를 타게 되었다. 오후 시간대로 승객들이 가득 차 있는 상태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였지만 집에 곧 도착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노래를 들으며 멍 때리고 있었다. 승객들 갑자기 많이 내리는 것이 아닌가. 우리 동네에 이렇게 많이 하차하는 역이 있던가 의문이 들면서 싸한 기분이 들었다. '에이, 설마... 아닐 거야.' 맞다. 예상했던 대로 반대로 탑승했던 것이다. 하차역이 어딘지 모른 상태로 하차하는 승객들과 같이 내렸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한숨을 땅이 꺼져라 쉬었던 듯하다. 조급함이 되려 두배의 시간을 만든 결과가 되었으니 급할수록 돌아가라 속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가 눈앞에서 닫히는 순간
잠시 딴짓하다 음식을 버리게 된 순간
프로그램이 다운되어 작성 중인 파일이 통째로 사라진 순간
누굴 탓할 수 있을까. 내가 잘못한 것을 말이다. 생각보다 빨리 잘못됨을 인지했음에 심심한 위로를 하며 무사히 귀가를 마쳤다. 결혼식을 당연히 참석해서 축하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피로도가 쌓여 하루를 날렸고, 결혼식을 참석했다고 하기에도 뭣한 상황을 돌이켜보니 청첩장을 받았을 때부터 무리한 일정으로 결혼식 한 곳만 참석을 하는 것으로 계획했더라면 어땠을까. 다음부터는 내게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정 일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 글을 볼 수 없는 그녀들이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 되어 인생 2막을 진심으로 시작함에 축하하고, 미소가 끊이지 않는 나날이 펼쳐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