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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Jul 09. 2021

20대의 미성숙함으로

'이별'이라는 종착역 

   
헤어지지 헤어못하는 나, 떠나가지 못하는 일


지금 다니는 회사에 다닌 지 어언 십 년이 다되어간다. 오래 다니겠다고 했던 이들은 떠나고 하루살이로 버티던 나와 소수 인원만 지금까지 남아있다. '오늘 안돼도 내일은 될 거야'를 외치다 '오늘 안되면 내일도 안돼' 라며 냉소적인 아이로 변해버린 모습에 이른 사회생활을 한 게 과연 잘한 일이었을까 상념에 빠졌다. 20대를 온전히 회사에 바쳤구나라는 생각에 뿌리를 내리다 보니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52시간제 도입 전 9시 출근, 밤 11시- 12시 퇴근이 예삿일이었고 주말 출근은 필수인 것처럼 살아왔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그만큼 길었기에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는 곳이기도 했다. 지인들에게 우스게 소리로 " 남자는 떠나도 일은 내 옆에 있어" 라며 농을 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자리에서 첫사랑과 헤어졌었지 마음 추스르느라 힘들었었는데,  파티션 건너편 자리에서는 기억에서 지우고 싶던 연애를 했던 앉았던 곳이구나 하며 그때의 기억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헤어지 못하는나, 떠나가지 못하는 일

photo by israel andrade  on Unsplash



곰곰이 생각해보면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연인이었던 그들 덕분이기도 하다. 그중 큰 공을 세웠던 때가 있다. 바야흐로 대리 진급 당시였다. 실적이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동기들보다 나이가 가장 어린 직원이었다. 진급 발표날 많이 되지 않을 거란 팀장님의 귀띔에 별 기대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결과는 나를 포함한 동기 셋을 제외하고는 다 진급이 되었다. 몇 초간 뻥져있었던 듯하다. 이 사실을 알고 팀장님께서는 위로를 해주려 했지만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읊조리듯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라며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일주일간 방황을 했었다. 당시 휘발유를 부어준 위인이 있었다. 당시 부장님이었는데, 나이가 어려서 명단에서 제외되었다는 말과 남자 후배를 승진시키기 위해 내가 희생되었다는 것도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하던데  트라우마를 선사한 이별을 강제로 맞이한 때였다. 되는 게 정말 하나도 없구나라며 우울감은 수면 아래로 끝도 없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photo by sigmund on Unsplash


모든 게 그대론데 우리는 변해있네

누구의 잘못인지 사랑하긴 하는데 baby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사랑하지 않는 우리 그래서 no no no 


<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 리쌍 >


사랑 따위 개나 줘버려.


이별노래 가사가 온통 내 이야기구나 하는 싶고 눈물샘은 고장 난 듯 일하다가도 흘렀고 밥을 먹다가도 눈물이 나서 인생 몸무게 45kg를 찍게 되었고 최고의 다이어트는 마음고생이다 싶었다. 야근하는 동안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 좋았고 빠져들게 되었다. 그를 생각하는 시간도, 상처 받은 마음도 조금씩 괜찮아져 갔다. 일과 사랑에 빠졌다고 해야 하기엔 과한 열정으로 일에만 매진하는 미친 애로 보였을 것이다. 노력한 결과는 2등과의 갭이 커서 넘사벽 1등의 타이틀을 얻게 되었고 나이가 어려서 진급이 어렵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는 말과 함께 진급이 되었다. 나를 위한 발버둥으로 일에 매진했을 뿐인데 의외의 결과물을 얻게 되었다니 사랑은 배신해도 일은 배신하지 않는구나란 교훈을 얻었다.  




나보다 그 사람을 사랑하지 말 것. 사람은 본래 나보다 나은 사람을 원하는 법이므로 오늘보다 나은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것 (자존감을 갉아먹지 않도록 나를 위한 성장).  인연이면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있으니 이별의 아픔에 매몰되지 말 것. 함부로 나와 같은 감정일 거라 속단 하지지 말 것, 그 사람은 이미 이별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를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할 수 있다면 다양한 연애를 경험해보고 사랑해줄 사람을 만나 예쁜 사랑을 하며 행복해지길 응원한다.

연애를 통해 성장한 사람 중 한 명임으로.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

- 조지 앨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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