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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Jan 23. 2022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는 법

P.18

조용한 물가에서 여유롭게 낚시를 하는 이들을  보며 서정적인 활동이라 여기며 살면서 해볼 일이 없다 생각했다. 그런 내게 얼음낚시는 엄정 난 도전이었다. 강추위와 마주하는 곳으로 향한다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얇은 티, 기모 티, 경랑 패딩, 패딩을 입고 장갑까지 중무장으로 출발했다. 빙어낚시를 하기 위해 춘천으로 향했다. 


처음은 항상 어렵다. 

구멍을 어떻게 뚫지라는 난제에 봉착했지만 운이 좋게도 어제 뚫어놓고 간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고 망치로 내리치니 금세 깊은 구멍이 보였다. 미끼를 끼우고 낚싯대를 던졌다. 물고기가 살고는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 때쯤 연달아 잡았다는 환호성이 들려왔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도 잡았다며 아빠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딱 한 마리만이라도 잡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낚싯대를 깊게 했나 싶어 짧게 조절하고 구멍 사이로 들어갈 것처럼 주시했다. 미끼로 쓴 구더기를 먹고 있는 빙어를 발견했고 힘껏 들어 올렸다. 아쉽지만 빙어는 재빠르게 도망갔는지 미끼만 사라진 상태였다. 의자는 저 멀리 던져둔 상태로 쪼그리고 앉아 낚싯대만 바라보기 한 시간째 뒷목이 당기기 시작했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오기가 시작됐다. 딱 한 마리만 잡자. 낚시에 아무리 소질이 없다 한들 두 시간 가까이 시간을 들여 주말 잠까지 포기하고 온 길인데..!!! 그 이후로도 허탕은 계속되던 찰나 엉겁결에 빙어를 낚아 올렸다. 




그렇게 손맛이 느껴질 때 위로 당기면 된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여전히 물음표만 가득했다. 손맛은 모르겠지만

빙어를 건져 올렸다는 묘한 짜릿함에 멈출 수 없었다. 장시간 목을 숙이는 기묘한 자세로 온몸을 누가 때린 것처럼 통증을 느끼고서야 백기를 들고 자리를 일어났다. 한 마리도 못 잡을 줄 알았는데 잡았네. 언제 얼음낚시를 해보겠어. 잘했어라며 위로의 말을 허리를 뒤로 젖히다 발견했다. 구멍에만 몰두했던 시야를 주변에서 멀리 산까지 하늘로 확장하니 그제야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빙어에 함몰되어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법을 누리지 못했다.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산봉우리, 유난히 햇볕이 좋아 구름까지 그림 같던 풍경을 귀가할 때서야 보다니 아쉬움이 밀려왔다. 평소에도 전체를 보지 못하고 한 면만 몰두하는 습관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아직도 내려놓음은 여전히 어렵지만 몸으로 체감했기에 다행이라 위안을 삼아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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