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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회로를 작동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은 나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이실직고하자면 야근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도 노트북을 켜지 않았다. 야근을 해서 피곤했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던 때라면 응급실에서도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렸겠지만 좋은 컨디션으로 맑게 글을 쓰자 괜찮다 다독였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서툰 사람이기에 쉽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듣고 싶은 말을 바라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잠들기 전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있음을 느꼈다. 진정한 위로는 나만이 할 수 있고, 나를 가장 사랑해줄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도미노를 넘어뜨리는 게임이 아닌 한 개의 각기 다른 패를 가지고 파급력을 전파하는 행동을 위한 장치로 생각하려 한다. 나는 나를 믿기로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