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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Feb 21. 2022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

p.29

지금 여러분이 누리고 있는 것들은 뭐가 있나요?

평범한 사람이기에 누리고 있다고 해도 되는 것일까부터 망설여진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음에도 회사를 다니며 수입이 얻고 있는 직장인으로 소속되어있다는 것,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오롯한 내방이 있다는 것,  책을 편하게 볼 수 있는 2단 독서대가 있다는 것 이외 소소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게 치부해왔다는 걸 누리고 있는 것들로 뽑았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냐고 질문할지도 모르겠다.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강의 적신호가 켜지고 필라테스를 등록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골목길이 어둡고 외진 곳이라 큰 길가로 돌아갈까 싶었지만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무서움을 안고 걸어갔다. 검은색 운동화, 검은색 패딩 어쩌면 상대방이 더 놀랄 차림으로 이어폰을 끼고 있지만 노래는 재생되고 있지 않은 상태로 골목을 들어서고 다섯 걸음을 지나쳐갔을 때였다. 머리를 숙이고 감는 동안 거울에 귀신이 보고 있다는 미신처럼 왠지 모를 등꼴이 오싹함이 느껴졌다. 어디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하고 두리번거렸다. 순간 느꼈던 공포감은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까.  모자를 눌러쓰고 있던 탓에 좌측에 아저씨가 쪼그리고 계신 걸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깜짝이야라고 무의식적으로 내뱉었지만 미동이 없었다. 그저 움츠리고 있을 뿐. 이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저씨는 얇은 외투 차림에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안고 있었다. 순간 왜 저걸 왜 안고 계시지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표정으로 봉투를 열고 계신 것을 보고 몸을 돌렸다.  내 시선으로 상처를 받으셨으면 어쩌지였다.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분을 내가 불쌍하다고 여겨도 되는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copyright  _@_javardh_001


몇 달 전부터 복통이 심해진 탓에 조영제를 주입해서 CT를 촬영하기로 한 전날이었다. 부작용이 생기면 어쩌지. 수술해야 하는 병일까 오만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겁에 질려있는 상태였다. 그분을 마주한 건 고마움을 잊고 산 나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었을까. 검사비용이 없어서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고마워하기는 커녕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검사예약이 밀려있었음에도 검사받을 수 있는 행운이 있었고 검사시간도 오후 4시반이에서 아침 8시로 마음 졸이는 시간이 줄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다면 주변을 둘러보길 권하고 싶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처럼 부러워 하지만 실상 나를 부러워하는 이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경쟁사회도 좋지만 서로 손 내밀며 같이 성장하는 사회가 되기를 꿈꿔본다.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 
 
 - 생텍쥐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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