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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Mar 01. 2022

11년 만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p.30

my introduce self -


나에 대한 짤막한 PR을 하자면 11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최근 그동안 이룬 결과물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탈피하고자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다. 운이 좋게도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 곳에서 채용공고 소식을 접했다. 신입 때 느꼈던 열정이 용솟음쳤다. 하루살이처럼 퀭한 눈이 아닌 생기가 도는 느낌을 받았고 점심식사를 제치고 10여 년 만의 자기소개서를 채워나갔다. 처음 마주하는 업무 포지션이지만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단 판단이 들었고 입사가 간절해졌다.



CT촬영과 참 많이 닮아있다.
옷으로 가려진 내부를 보여줘야 하는 공란이 주는 느낌이란


지원동기를 작성하는 란을 보며 10년이 지나도 자기소개서는 변함이 없구나 싶었다. 간절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말처럼 짧지만 강점을 요점만 간추려 작성했고 글을 꾸준히 써 내려간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작성했다. 자기소개서를 과연 다 읽기나 할까 싶은 의문과 있었지만 말이다. 학력사항에서 잠시 멈춰 섰다는 사실을 빼고는.. 어떤 사치품보다 내겐 과한 사치란 생각이 들었기에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지방이라며 쓴웃음을 머금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습관이 살렸다.

팀원들의 연이은 코로나 확진, 그로 인한 업무과중으로 심신이 지쳐 서류 발표날임을 망각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메일을 보는 습관이 아니었다면 기회를 놓쳤을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 메일 내용은 요점만 적혀있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류전형에 합격하였음을 알립니다. 면접은 내일로 예정되어있으며 ZOOM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안내 메일이었다. 이렇게 당황스럴 수가 있을까. 당장 내일이 면접이라는 사실도 부담스러웠지만 바쁜 이 와중에 연가를 써야 한다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면접을 보지 않았을까? 이기적인 나는 눈 딱 감고 연가를 신청했고 면접을 치렀다.




11년 차에게 던져지는 질문은 예리했다. 무직한 기간 동안 사유가 있는지 묻는 것처럼 왜 한 업무에만 편향되게 일을 해왔는지, 회사에서 직원을 채용하려고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지 조금은 예상을 했지만 예리함에 넘어져서 다친 곳에 바르는 빨간약이 전하는 쓰라림이 느껴졌다. 다행히 막힘없이 답변을 했고 면접관분들도 원하는 피드백이라며 긍정적인 분위기는 이어졌고 식은땀을 흘리며 마무리했다. 다음날이 결과 통보 날로 예정되어있었다. 촉은 빗나가는 법이 없는지 시간이 지나도 메일이 오지 않았다. 괜스레 다른 답변을 할 걸 그랬나 오만가지 시나리오를 그리기 시작했다. 결국 불합격이란 통보를 받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미 내정자가 있었다는 소식이 배신감을 안겨줬다. 인생은 원하는 대로 이뤄지면 참 좋으련만 인연이 아니겠거니 하며 털어내려 했지만 루저라는 생각은 쉽사리 떨쳐내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불합격이란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네가 할 수 있다고라는 의구심을 품는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회사를 입사한 것처럼. 능력을 알아줄 곳으로 가야겠다는 전투력이 다시금 일깨워졌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기에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이 글을 보고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군이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중 흰 티에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몸매를 가지고 싶다는 사람처럼 이제는 허울 좋은 사람이 아닌 나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란 말을 전하고 싶다.  부품으로 사용되는 회사원을 탈피하고자 발버둥 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때는 이 글을 보며 입사했으면 어쩔뻔했어 기회를 날릴뻔했잖아 하며 웃고 있기를 바란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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