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를 팔고 생각해볼까.
과대포장은 환경보호에 주범인데 말이죠.
살면서 크고 작은 굴곡의 영향인지 변했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낯가림이 없던 먼저 손 내밀기 좋아했던 모습이었으면 좋았을까란 아쉬움이 한 톨도 없다 할 수 없지만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아낄 줄 아는 사람이기에
지금의 나로 만족한다. 전보다 절제를 아는 어른의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철저히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도미노를 세우다 실수로 무너뜨린 느낌이랄까.
과거의 나는.
사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것은 버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쓰고 여행 갈 줄 아는 쓰는 재미에 빠져있는 사람이었다. 명품백 하나쯤은 다들 있으니까 말로 갖고 싶은 마음보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지출을 할 정도로
보이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현재의 나는.
가진 것을 비우기 바쁘다. 갖고 싶은 게 생겨도 되려 의심이 든다. 카피라이터의 능력에 매료되어 판단력이 흐릿해지는 것은 아닌지 구매를 하지 않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평생 한 번뿐인 눈치 없는 날로 생각만 해왔던 체크리스트를 정리할 때까지만도 괜찮았다. 입고 싶던 드레스가 천만 원 가까이해서 평생 한 번이니 이 정도쯤은 이라며 500만 원으로 타협했다는 이야기, 결혼식은 무조건 호텔이지라며 웨딩홀에 몰빵 하는 경우를 듣다 보니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웨딩홀 밥만 맛있으면 되지라며 가볍게 넘길 수 있었는데 반지에서 잊고 있던 자아가 빼꼼하고 나타났다. '평생 낄 건데 이왕 브랜드 제품 해야지'라고 말이다. 종로에서 해도 충분히 예쁜 제품이 많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철들려면 멀었군 싶다. 생각으로 그치긴 했지만 생각이 불쑥 나타났을 때는 돈이 많았더라면 자책하기 바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유튜브에 결혼식 예산을 올린 영상을 보고 문득 보여주기 식이 꼭 필요한가. 정말 내가 그 디자인이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보여주기 식일까의 결론은 순전히 타인의 시선으로 하고 싶었다였다.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겁니다.
지난날 보여주기 식으로 구매했던 구찌 가방이 예쁜 쓰레기로 전락하고 감가상각의 마법을 보았다. 자산으로 치부하지 않는 이유를 체감한 지가 얼마나 됐다고 그새 망각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고 하다니. 준비하는 과정에서 분명 내적 갈등은 숱하게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을 다짐 차 적고 있다. 후회할 것 같은 하나에만 집중하고 미래에 투자하기로 단 하루도 아닌 몇 시간을 위해 미래의 빛을 당겨오지 않기로 다짐한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결혼식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계획이 더 중요한 것이니까. 준비하는 과정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둘만의 추억으로 같이 나눌 수 있는 에피소드로 남기를 긍정 회로를 굴려본다.
구찌야 이제 그만 새 주인에게 가주었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