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의문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분명히 내가 한 말인데,
그게 꼭 내가 한 말 같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
예를 들어, 친구가 뭐라고 했을 때,
“맞아, 그건 좀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해놓고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정말 ‘내 생각’이었나? 싶을 때가 있다.
그냥 어디선가 들은 말 같기도 하고, 예전에 봤던 글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나 대신 말했던 것 같은 기분.
나는 늘 나로 살고 있다고 믿는데, 요즘은 그게 그렇게 단단하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말, 내가 내리는 판단, 내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 ‘나’한테서만 나온 건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말과 표정과 시선을 받아들이면서 산다.
그 중 어떤 건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내 안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그게 어느 순간 내 말투가 되고, 내 선택이 되고, 내 생각처럼된다.
그래서 요즘은
'나는 누구인가?'보단
'나는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라는 질문을 더 자주 한다.
만들어졌다는건 너무 수동적인가? ㅎㅎ
내가 나라고 믿는 이 덩어리가 얼마나 많은 외부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그렇다고 내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 ‘나’라는 게
생각보다 더 유동적이고, 자주 바뀌고, 때로는 나도 모르게 흘러가고 있는 거다.
그걸 받아들이고 나니까 예전보다 덜 불안해졌다.
흔들리는 나도 나고, 고민하는 나도 나니까.
그러니까,
가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그냥 그 느낌도 내 일부인거 아닐까? 아닌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