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윤리적 의문
며칠 전, 우리집 지니가 이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기계적으로 그렇게 짜여진 걸 알면서도, 순간 기분이 묘했다.
자꾸 못 알아들으니 살짝 화도 나고.
사람한테 사과받았을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왜지?
이건 감정도 없고, 책임도 없는 존재인데.
'이건 그냥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기계일 뿐이잖아'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뭔가 찝찝한 느낌.
마음은 그냥 누군가가 정말 미안하다고 말한 것처럼 느꼈다.
그 뒤로 비슷한 순간들이 몇 번 더 있었다.
날씨를 물었는데 대답이 늦었을 때, 알람을 껐는데 다시 켜졌을 때,
“다음엔 더 정확히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기계에게
괜히 '뭘 그렇게까지..... 괜찮아'라고 괜히 미안해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봤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말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말이 정교하게 들리고, 적당히 따뜻하고, 너무 사람 같아서
자꾸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착각이 쌓이면 나중에는 그 존재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이나 기대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게 이상하면서도 당연하다.
사람은 말을 따라 마음이 움직이고, 반응을 통해 관계를 만든다.
그런데, 기계와도 그런 관계가 가능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진짜 그냥 ‘기계’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요즘엔 가끔
AI를 그냥 도구라고 단정짓기 어려울 때가 있다.
뭔가 아직 설명하긴 어려운 그 중간 어딘가.
그 애매한 틈에서 마음이 잠깐 멈칫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자꾸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