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슬럼프에서 헤어 나올 수 있게 해 준 문장들
얼마 전에 멋진 말을 들었다.
"민지야, 뭐가 그렇게 걱정스러워? 있는 대로 즐겨, 있는 그대로 느껴보고. 그것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글 쓰려면 여러 가지 감정 경험 다 해봐야지. 너무 많은 감정으로 얽혀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겁내지 말고 어쩔 때는 단순하게, 그 감정에 집중해봐. 그리고 그걸 글에 담아 독자에게 전달해봐."
뭐랄까, 올 한 해 힘들었던 것들이 다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만큼 큰 위로도 없었다. 2022년은 온갖 감정을 다 겪으며 상실 of 상실의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감정을 차단하기 위한 벽을 치고 있었고, 걱정과 두려움을 쌓아 두고 있었다. 어쩌면 나에게 스쳐간 최근의 힘듦이, 마치 자갈밭 같던 일들이 멀리 보면 작가 지망생인 나에게 필연이었을까. 이 또한 더 단단한 내가 되고, 나의 글감이 되기 위함이었을까.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p.16) 작가의 여행에 치밀한 계획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나중에 쓸 게 없기 때문이다. 음식이 운 좋게 맛있어서 좋고, 대실패를 하면 글로 쓰면 된다.
책 속 이 문장은 내가 좋아하던 구절이었는데, 순조롭지 못한 것도 글감이 되기 위함임을 잠깐 잊고 있었다.
이 또한 '글감'이니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장보다는, 이 또한 '글감'이니까 라는 문장이 나에겐 큰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오랜 슬럼프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등린이'라는 프레임을 깨고 불암산-수락산 연계 산행을 도전할 수 있었다. 그 또한 경험이기에. 가끔은 문장으로(말로) 상처받기도 하지만, 문장으로 치유받기도 하나보다. 문장을 만드는 일을 좋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으로 힘들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