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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제 Jan 08. 2020

01. 에어비앤비의 현재와 미래

돈보다 시간이 중요했던 나, 에어비앤비체험을 만나다.

나에게 에어비앤비(Airbnb)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관광경찰대에서 의무경찰로 군 복무를 하던 중 에어비앤비를 알게 되었다. 불법 게스트하우스 단속하는 경찰관을 보조하는 일이 내 업무 중 하나였다. 서울 시내 홍대, 명동, 동대문 등 관광지에 있는 오피스텔이 주된 단속대상이었다. 건축법상 주거용이 아닌 업무용 공간으로 정의되는 오피스텔은 에어비앤비로 사용할 수 없어 외국인 관광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될 수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을 하고 있었고, 숙소 상당수가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나는 자연스럽게 에어비앤비를 불법 숙박업을 부추기는 플랫폼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2017년, 전역 후,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 되어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에어비앤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에어비앤비가 불법인지 아닌지에 대해 기사를 쏟아냈다. 나 역시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에어비앤비 성공모델을 분석했다. 법과 규제가 에어비앤비의 혁신의 속도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불황 속 많은 사람들이 부업으로 자신의 집을 공유하여 수익을 창출하고자 했고, 에어비앤비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있었다.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에어비앤비 이용자는 늘어갔다. 이제 나에게 에어비앤비는 불법보다는 혁신을 상징하는 스타트업이 되었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8월에 설립된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에어비앤비를 알려면 ‘공유경제’와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에어비앤비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공유경제’에 대한 정의를 되짚어 봐야 한다. Lessig(2008)에 따르면 공유경제는 화폐가 매개되지 않는 교환으로서 자신의 소유물을 타인과 함께 사용하거나 주는 것으로 정의된다. 반면 시장경제는 화폐가 매개되는 교환을 의미한다. 이때 하이브리드(Hybrid) 경제는 공유경제와 시장경제의 중간으로서 화폐가 매개되었지만 공유경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경제를 가리킨다.


에어비앤비는 엄밀히 말하면 ‘하이브리드 경제’의 의미에 부합한다. 에어비앤비는 기존 거주목적으로만 이용되었던 주택 또는 아파트를 재해석하여 숙박 공유 대상으로 탈바꿈시켰다. 에어비앤비는 숙소를 제공하는 호스트와 숙박을 원하는 여행자를 화폐를 매개로 연결시킨다. 다시 말해, 호스트는 숙소를 타인인 여행자에게 공유를 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여행자는 기존 숙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하며, 호스트의 숙소를 통해 현지인의 삶을 공유할 수 있다. 따라서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표현할 때 ‘공유경제’를 ‘하이브리드 경제’로 이해하면 그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두 번째, '플랫폼(Platform)'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에어비앤비는 서로 구분되는 두 집단, 즉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을 연결하여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때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게스트의 두 집단의 탄력성과 외부성을 고려하여 수수료를 부과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외부성과 탄력성이 큰 집단인 호스트에게는 4%의 수수료를, 상대적으로 외부성과 탄력성이 낮은 게스트에게는 6~12%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림 1. 에어비앤비 비즈니스 모델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와 ‘플랫폼’이라는 특징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먼저, ‘숙소를 재해석 및 재활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공유가치로 인해 서비스 한계비용이 ‘0’에 가까워졌다. 서비스 생산할 때 장기평균비용이 감소하는 경우를 ‘규모의 경제’하는데 에어비앤비 비즈니스 모델은 규모의 경제 특징을 가진다. 또한, 에어비앤비는 양면시장 플랫폼이란 특징으로 인해 호스트 또는 게스트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상호 집단의 효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는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로 이어져 고객이탈을 방지한다. 


현재까지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이용객 수는 누적 5억 명 이상이며, 전 세계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수는 290일일 평균 에어비앤비 숙박 건수는 8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매일 새로 등록하는 호스트의 수 역시 14,000명을 웃돈다.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에어비앤비는 2020년 중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고 2019년 9월 19일 발표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다. 2017년 9월 투자자 모집 때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310억 달러(약 37조 원)로 평가되었다. 아직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우버와 리프트 같은 공유경제 기반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앞두고 기업가치 급락을 경험한 사례가 있으며 2019년 1분기 에어비앤비는 3억 600만 달러(약 3천600억 원)의 손실이 있는 등 여러 악재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에어비앤비의 성장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첫째, 대표 차량공유 플랫폼 기업인 우버와 리프트와 달리, 에어비앤비가 지난 2년 간 흑자를 내고 있다. 둘째, 2017년, 캐나다 호화 숙소 임대업 체인 ‘럭셔리 리트리츠(Luxury Retreats)’를 인수하여 얻은 럭셔리 여행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에어비앤비 럭스(Airbnb Luxe)를 론칭하여 오랜 기간 리스크로 지목되었던 낮은 숙소품질를 개선하고 있다. 셋째, 2019년, 에어비앤비는 호텔 예약 플랫폼인 ‘호텔투나잇(Hotel Tonight)’를 인수하여 사업범위를 호텔업까지 확장했다. 법적 규제로 인해 에어비앤비가 허용되지 않았던 지역까지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림 2. 에어비앤비 로고 "벨로 Bello"


에어비앤비의 미션은 에어비앤비 성장을 계속해서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팀 페이스의 저서,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테슬라 및 스페이스X 창업자 엘론 머스크는 다른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미션을 가지는 것이 성공에 있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에어비앤비는 소속감(Sense of Belonging)이라는 정체성을 통해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모두가 “Belong Anywhere", 즉 어디에서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소속감이라는 정체성은 에어비앤비의 로고인 ‘벨로(Bello)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벨로는 사람, 장소, 사랑 그리고 에어비앤비라는 4가지 추상적 의미를 ’A‘라는 형태로 반영한 로고이다.


그림 3. 벨로(Bello)의 의미

명확한 정체성과 미션을 바탕으로 에어비앤비 전진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에어비앤비의 최종목표는 수직화된 여행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에어비앤비는 여행의 시작과 끝을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이른바 ‘End-to-End Travel Platform'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행을 위해 집을 떠나 항공기, 버스 등의 교통수단을 타고 여행 목적지로 향한다. 그리고 숙박을 한다면, 목적지에 도착한 후 예약한 숙소에 체크인을 한 뒤, 여행활동을 한다. 이 모든 여행과정을 에어비앤비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어비앤비는 3개 영역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2007년 10월 말, 에어비앤비는 ‘미국 산업디자인협회 콘퍼런스’ 참석자들을 위해 에어매트리스를 깔아 아파트 빈 공간을 내주는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3만 4,000개 도시에 약 200만 개의 숙소 목록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숙박공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는 숙소 없이 ‘숙박혁명’이다. 숙박혁명을 통해 에어비앤비는 이제 힐튼(Hilton), 메리어트(Marriott) 등 세계적인 호텔보다도 높은 기업가치를 자랑한다.


숙박혁명의 성공을 기반으로 에어비앤비는 이제 교통혁명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2019년 2월, LCC 항공사인 ‘버진 아메리카’ 창업자 출신 프레드 레이드(Fred Reid)를 교통 부문 글로벌 총괄 대표 영입하면서 교통의 혁명을 암시했다.


“예전에는 비행기를 타는 것 그 자체가 매력적인 여행이 되었지만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우리는 비행기를 타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견뎌야 하는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에어비앤비는 또 하나의 혁명을 진행하고 있다. 여행(Travel) 혁명이다. 2016년 11월 에어비앤비는 ‘익스피리언스(Experiences)’라고 불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한국에서는 ‘에어비앤비 체험’으로 불린다. 에어비앤비는 ‘에어비앤비 체험’을 통해 궁극적인 목표로 향하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인 ‘숙소’를 대여한다는 개념을 벗어나 여행의 ‘즐거움’과 현지인의 삶이라는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림 4.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메인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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