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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제 Apr 10. 2021

한국에서 긱워커로 성장하기

긱워커의 마음자세

긱워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긱워커는 더더욱 인식이 좋지 않다. 긱워커는 단순 임시직이라는 편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인지 인터뷰 요청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내가 보기에는 분명히 긱워커에 해당하시는 분들도 자신은 긱워커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수많은 긱워커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인터뷰 요청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물론 자기 자신을 긱워커라고 소개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을 만큼 긱워커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은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되도록 긱워커라는 단어를 프리랜서와 1인 기업과 같은 단어로 대체해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긱워커는 단순 임시직이라는 편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인지 인터뷰 요청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출처: unsplash)


고용안정성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규직아리는 일자리 형태를 선호하는 이유다. 정규직으로 취직할 때 비로소 번듯한 직장에 다닌다는 느낌이 들고, 삶의 안정을 영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오늘날까지 여전히 일자리의 표준은 정규직에 머물러 있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임금의 차별과 고용불안은 비정규직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화 논란은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보여준다. 이분적인 일자리 형태는 처음에는 기업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나아가 기득권층이 되어버린 정규직 직원들은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를 적극 반대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에 대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지만, 기득권이 되어버린 정규직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내놓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라 정규직이 그동안 누려왔던 고용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정규직은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의 비즈니스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 일자리 형태라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4차 산업혁명의 속도를 가속화시켰고, 정규직의 고용안정성에 대한 믿음을 무너트렸다. 이스타항공은 2020년 초 정규직 300여 명을 정리 해고했다. 디즈니를 비롯한 많은 대기업들이 정규직을 해고하거나 무급휴직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업들도 정규직 비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정규직 인원을 줄여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국내 19개 증권사는 정규직 직원의 수를 줄인 덕분에 전체적인 직원수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건비의 10.9%를 줄일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었던 일자리 질서에 균열을 내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었던 일자리 질서에 균열을 내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출처: unsplash)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는 바로 긱 이코노미다. 정규직과 창업의 중간지대로 긱 이코노미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포괄하고 있다. 나는 앞서 긱 이코노미를 크게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구분했다. 아날로그 긱 이코노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간제, 시간제 강사와 같은 기존 비정규직 형태의 일자리를 의미한다. 반면 디지털 형태의 긱 이코노미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로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또는 전문가형 긱워커, 세포플랫폼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책은 디지털 형태의 긱 이코노미를 다루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이 점점 더 세분화되고, 비즈니스 환경변화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수록 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긱 이코노미는 4차 산업혁명에 특화한 일자리 형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청년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019년 기준 40.4%에 달한다. 매 정권마다 청년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약속한다. 그리고 질 좋은 일자리는 곧 정규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규직과 같은 일자리는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은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2020년 대졸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정책을 믿고 기대했던 많은 청년들은 대학을 나오자마자 백수가 되고, 설령 취업을 했다고 해도 저임금에 허덕인다. 언제까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를 기다릴 것인가?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회사도 당신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질 좋은 일자리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회사도 당신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질 좋은 일자리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출처: unsplash)


긱워커는 어떠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첫 번째, 긱워커는 주체적이어야 한다. 긱 이코노미가 만들어내는 변화와 기회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긱 이코노미의 부작용에 주목하며 노동자의 권익보호와 이에 따른 사회적 제도와 합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변화는 부작용과 저항을 불러온다. 그러나 이미 변화는 시작했고, 시류는 거스를 수 없다.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인지하되 변화가 불러온 기회를 찾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바로 긱워커의 자세와 마음가짐이다. 나아가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일까 스스로 고민하고 최종판단을 내려야 한다. 긱 이코노미에서는 결정을 대신할 수 있는 상사도 동료 직원도 없다. 아울러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직접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호기심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문제를 찾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해왔던 일과 다른 새로운 분야에 뛰어 들어 배우는 것은 문제해결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영상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있는 조은정 씨는 최근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했다. 그녀는 주로 공공기관에서 영상 프로젝트 수주해 일을 하고 있는데, 5년 전과 비교해 전혀 나아지지 않은 단가로 인해 영상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의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 놓았다. 이러한 직업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녀는 여행과 말하기를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을 살리고, 추가적인 커리어를 쌓기 위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함으로써 그녀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 긱워커는 언제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예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고 문제양상에 따른 거의 모든 시나리오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일정하지 않은 수입문제는 긱워커의 평생 과업이다. 매달 나오는 월급없이 어떻게 안정적인 수익흐름을 만들어 낼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많은 긱워커는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N잡러로 활동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수익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여 돈이 나오는 구조인 파이프라인을 최대한 많이 건설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슈랜드 대표 하수형 씨는 폰케이스, 캐리커처 등을 핸드메이드, 수공예 작가들의 플랫폼 ‘아이디어스(Idus)’에서 판매하고 있다. 2017년 5월에 입점한 이래로 그녀는 아이디어스 작가 상위 0.1%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그녀는 아이디어스에서 활동하면서 축척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탄탄설렉트라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온라인 강의를 론칭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수익구조의 다각화를 실현하고 있다.


예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고 문제양상에 따른 거의 모든 시나리오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 (출처: unsplash)


세 번째, 스스로를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긱워커는 내재된 자신만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지하게 자기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동시에 기존 상식에 대항하고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월급을 매달 한 번씩만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여러 번 받으면 안될까? 9시부터 6시까지 꼭 근무를 해야 하는가? 긱워커인 나 역시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소액이지만 한 달에 여러 번 월급을 받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아파서 집에서 쉴 때도 돈을 버는 수익 자동화 시스템을 고안할 수 있었다. 성찰과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은 긱워커에게 있어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 세계적인 OTT 서비스 회사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 문화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 ‘규칙없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통제와 규정은 무능력한 자에게만 필요하다고 말한다. 긱워커는 자유 속에서 수많은 도전과 실험 그리고 실패를 거듭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모든 상식과 틀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긱워커들은 자신들만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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