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긱 이코노미 플랫폼의 분류
우리나라에서 긱 이코노미는 규제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긱 이코노미 선구자인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Uber)는 2013년 8월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우버의 차량공유 서비스가 불법이라며 우버 서비스를 강력 반대했다.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에 따르면,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알선해서는 안 된다. 결국 우버는 열렬한 한국 고객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2015년 3월부터 서비스를 차량공유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국내 대표 긱 이코노미 기업인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역시 ‘타다 금지법’이라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되어 서비스를 중지했다. 또,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를 서울을 비롯한 도시에서 한국인이 이용하게 되면 불법에 해당한다. 외국인 손님만 받을 수 있게 한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때문이다.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있자 정부는 ‘주인 실거주, 연중 180일 영업’이라는 또 다른 규제를 만들어 숙박공유 서비스의 활성화에 제동을 걸었다.
잇따른 규제 속에서도 국내 긱 이코노미는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긱 이코노미 플랫폼이 탄생했고, 이곳에서 수많은 긱워커들이 활동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될수록 긱 이코노미 플랫폼은 많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긱워커의 역할도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능플랫폼 중 하나인 ‘크몽’의 박현호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5~10년 안으로 다가오리라 예상했던 ‘긱워커의 시대’가 더 빨리 다가왔다고 말한다. 크몽의 서비스 등록 건수는 2019년 대비 100% 증가했고, 누적 거래수는 170만 건을 기록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긱워커로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 긱 이코노미 플랫폼에는 어떤 플랫폼들이 있을까? 세상에 다양한 종류의 일이 있듯이 긱 이코노미 플랫폼도 점점 세분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다.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정확하게 분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긱 이코노미 플랫폼의 유형을 분류해보면 크게 직접 거래형과 간접 거래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직접 거래형 긱 이코노미 플랫폼은 돈 또는 화폐가 직접적으로 오고 가는 형태의 플랫폼이다. 플랫폼 중개를 통해 긱워커와 고객 간에 재화나 서비스가 교환되고 이에 따른 반대급부가 지급되는 방식의 플랫폼 유형이 바로 직접 거래형이다. 반면, 간접 거래형 긱 이코노미 플랫폼은 돈 또는 화폐와 같은 금전적인 거래가 아닌 다른 형태의 교환이 일어나는 플랫폼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SNS 플랫폼과 크라우드 펀딩이 있다.
많은 긱워커들은 주로 직접 거래형 플랫폼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플랫폼을 통해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먼저 재화를 거래하는 긱 이코노미 플랫폼에는 이커머스(E-Commerce) 플랫폼과 중고거래 플랫폼이 있다. 많은 긱워커들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는 쿠팡, 11번가, 무신사, 지그재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이 있다. 긱워커들은 이커머스 플랫폼에 자신을 셀러로 등록한 후 위탁, 사입, 해외구매대행과 같은 방식을 통해 재화를 거래한다. 위탁판매는 생산업체 또는 도매업체로부터 판매허가를 받고 물건을 대신 판매를 해주는 거래방식인 반면, 사입의 경우는 물건을 직접 사들인 후 이를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해외구매대행은 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물건을 대신 구매하여 국내 고객에게 판매하는 거래방식이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긱워커들도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는 당근마켓, 알라딘,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이 있다. 세계경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경제불황이 장기화되고, 이에 따라 중고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중고거래 시장도 급성장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약 20조원 대의 시장이 되었다.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의 경우 2020년 8월 기준 월간 활성이용자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이 쓰지 않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국내 최대 중고물품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는 2020년 4월, 셀러(판매자) 개념을 도입해 긱워커들이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당근마켓 앱을 접속하면 개인 대 개인 간 중고거래 물품뿐만 아니라 농수산물, 중고차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판매자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더불어 과외/강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까지도 당근마켓에서 거래되고 있다.
서비스를 거래하는 긱 이코노미 플랫폼 역시 많다. 특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긱 이코노미를 활용한 서비스 거래 플랫폼을 출시하고 있다. 배달과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긱 이코노미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배달 플랫폼에는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이 있고,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다, 카카오 T대리 등이 있다. 이외에도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리주부’, 여행 및 액티비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립, 마이리얼트립, 에어비앤비체험 등이 있다. 또한, 애견 서비스를 제공하는 팻시터 매칭 서비스 플랫폼 ‘페티안’이 있으며, 지식 및 재능 서비스 거래를 위한 크몽과 탈잉 플랫폼 역시 긱 이코노미 플랫폼에 해당한다.
간접 거래형 긱 이코노미 플랫폼은 직접적인 금전적 거래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정보나 의견을 공유하여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중요한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유튜브 등의 SNS 플랫폼을 통해 긱워커들은 잠재 고객들과 소통하기도 하며, 긱워커들은 와디즈, 텀블럭과 같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알리고 이에 대한 기부 또는 후원을 받기도 한다. SNS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긱워커들이 자기 자신을 브랜딩하고, 재화 또는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최근 SNS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SNS에 업로드되는 콘텐츠를 통해 홈쇼핑처럼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긱워커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9년 트렌드코리아에서는 이들을 ‘세포마켓’이라 부른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역시 후원금을 선금 받은 후 발송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긱 이코노미 플랫폼의 성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사해지고 있다. 이는 플랫폼 간의 구분이 점점 더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행/액티비티 서비스를 거래하는 프립의 경우 최근 전자책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프립은 기존 여행/액티비티 카테고리를 뛰어넘어 지식 및 재능 서비스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다.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 역시 마찬가지다. 쿠팡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수많은 셀러들이 있으며, 쿠팡 플렉스를 통해 긱워커들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쿠팡은 긱 이코노미를 활용해 재화와 서비스를 모두 취급하는 플랫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