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를 깨다

아가씨

by 김김이


-아가씨-

*영화

*감독 : 박찬욱

*장르 : 스릴러, 드라마

*2016.06.14.화

*롯데시네마



영화 촬영 시작했다고 했을 때부터 너무 기대했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영화관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었고,

제대로 본 영화도 '복수는 나의 것'밖에 없어서 아가씨는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보려고 하니 호불화가 갈린다고 해서 조금 미루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다.




*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백작, 하녀, 아가씨, 후견인)




일단 주인공으로 남자가 아닌 여자를 내세운 것이 주목할만다.

(이전에 한국 영화에서 눈에 띄는 여성 주인공은 암살의 전지현의 안옥윤 캐릭터 정도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보조적인 역할도 아니고 아가씨와 하녀는 주체적인 주인공이다.

아가씨와 하녀는 누가 남자역할이고 상하관계가 있고가 아니라 그냥 그들 자신일 뿐이다.

보통 많은 영화들에서 수많은 남성 캐릭터들 사이에서 한 명의 여성 캐릭터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혹은 중요하지 않고 아름답거나 섹시함을 내세운 구경거리 정도의 역할들을 맡는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 주인공들을 보고 남성인 백작(하정우)이 영화를 이끌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작이 기사님처럼 아가씨를 구하고, 하녀는 아가씨를 등처먹으려다가 실패하는 그런 내용.


그런 내 예상은 영화를 보면서 깨졌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그들을 구원하는 것은 철저히 아가씨와 하녀다.




영화에서는 남성들의 위선이 주로 나온다.

양복을 차려 입고 신사들이 모인 이유는 일명 야설의 낭독을 듣고 경매하기 위해서이고,

후견인 코우즈키는 외견상 서책을 사랑하는 부자라고 알려져있지만

사실 그 서책들은 여설들이며 그는 여성은 함부로 남성의 성기를 언급하며 웃으면 안 된다라고

여기는지 아내와 조카가 키득거리자 장갑을 낀 손으로 둘의 얼굴을 잡고 흔든다.

또한 백작은 아가씨에게 '억지로 당할 때 여자들은 더 쾌감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위선들을 여성 두 캐릭터들이 깬다.



(낭독회를 즐기는 백작과 후견인)



하녀는 낭독회가 열리던 방과 야설 책들을 다 찢고 깨부시며,

백작의 중요한 부위를 아기 장난감으로 치환시킨다.

아가씨는 편지를 통해 억지로 당할 때 쾌감을 느끼는 여자는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두 주인공들이 오랜 관습처럼 내려오던 위선들을 깨는 장면들이 통쾌했다.

위선과 동시에 주인공들은 남성의 시선에서 보여지고 다뤄지던 여성의 이미지를 깬 것이다.



적극적으로 위선을 깨고 주체적으로 나서는 여성들. 매드맥스가 떠오르기도 했다.

(사실 매드맥스를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평들을 고려해서)

한국 영화에서 그런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에 대한 답습을 노골적으로,

마치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깬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바로 '뱀'이다.

무지의 경계선이라는 뱀은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을 수 있는 후견인과 백작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견인이 말하는 일본의 아름다움.

그리고 일본인이 되고 싶은 후견인과 일본인인척 하며 부자가 되려는 백작.

그들은 위선이고 거짓이다.


마치 태초에 이브에게 거짓말을 한 뱀은 '거짓'의 상징이다.

외설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인 후견인이 추구하는 일본의 아름다움과

여전히 입맛은 한국인이지만 일본인으로 자신을 포장하려는 후견인과

이름도 모르고 그저 비싼 와인을 즐기는 백작은

진실을 알지 못하는 무지한 거짓인 것이다.


낭독회가 열리는 그 방은 뱀이 경계로 있는데

마치 고급진 낭독회인 것냥 낭독회가 포장되었고, 지하실이 감춰져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 아닐까?





수위는 꽤 아마 한국 영화 중에 가장 쎄지 않을까 싶다.

간혹 아가씨와 하녀가 감정의 교류를 하고, 본인들의 마음을 확신하는 베드신과

마지막 장면인 아가씨가 어릴 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을 대변하는 베드신이

포르노와 같고 남성의 판타지가 반영되었고 남성의 시선에서 다루어졌다는 글을 봤다.


그렇지만 나는 과연 남성의 판타지와 남성의 시선이 뭔지 모르겠다.

성행위에 대한 남성들의 판타지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고, 남성의 시선이 어떤 건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영화 속 베드신들은 주인공들의 의지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그런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의 베드신은 대부분 풀샷으로 잡히거나 주인공의 시선에서 보는 것처럼 잡힌다.

이런 샷은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남성의 시선인 아래에서 위로 훑는 시선이 벗어난,

즉 남성의 시선에서 벗어난 것 아닌가?






미쟝센이라고 해야하나. 미술적인 것도 굉장히 뛰어났다.

배경인 저택부터 의상, 소품 너무 눈이 가서 중간에 대사를 놓치기도 했다.

왜 미술상을 받았는지 이해가 된다.

특히 아가씨와 하녀가 저택에서 탈출할 때 들판을 뛰어가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영화 속 배경은 일제 강점기지만 아직도 위선은 계속되고

그들의 사랑은 영화와는 다르게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새삼 이 영화가 퀴어영화라는게 놀랍다.

한국이라는 훈육시키려는 사회에서 퀴어영화를 당당히 영화관에 상영시키고

흥행시킨 박찬욱 감독의 파워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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