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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Mar 05. 2019

갑자기 공대

2009년, 스투트가르트로.

독일도 주 자치제여서, 대학입시기준도 주마다 다르다. 뉴질랜드에서 월반을 한 덕에 한 학년이 비어버린 상태, 그리고 뉴질랜드 대학 입시위주로 과목을 나누었던 내 과목 분배는 독일 몇몇 주에서는 입시 허가가 나지 않았다. 바덴뷰템베르크 주에서만 입시시험으로 인정이 되었다. 그 사실도 편지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독일 시스템에서는 몇 달이 걸려 확인이 되었다. 물론 나의 부족한 독일어 덕분에 더 오래 걸렸겠지만.  


독일에는 과목마다 선별기준, 학점 기준 등이 있는데 NC라고 표시되어 있는 과목은 그 어떤 조건도 해당하지 않는, 어쩌면 프리패스를 의미하는 과목이다. 처음에는 뜻도 모르고 "어쨌든 나는 수학을 그나마 잘했었으니까, 수학에 관심이 많고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라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사상으로 독일 수학과에 지원을 했다. 나중에 수학과에서 허덕일 때 다시 보니 나를 독일 제일의 찐따로 만들고 있는 이 과, NC이더라. 남들이 보면 아무나 갈 수 있는 과목이지만 그만큼 아무나 가서 아무나 졸업할 수 없는 과라는 경고 정도로 보면 되겠다. 독일 수학과는 1학기 때 이미 반이상이 떨어져 나가고 2학기 때 그중에 3분의 1이 남고, 가면 갈수록 소수가 살아남는 지독한 서바이벌의 세계였다. 나중에 말하게 되겠지만 나는 2학기만 버티고 떨어져 나간 1인이다. 


어찌하였든, 스투트가르트 대학 수학과에서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 조건은, 대학 사설 어학원에서 TESTDAF라는 독일어 시험을 평균 4점 이상으로 통과할 것. 독일 대학의 입학은 10월이다. 10월부터 1월까지의 겨울학기, 3월부터 8월까지의 여름학기로 나뉜다. (가물가물하다). 그리하여 10월에 대학 사설 어학원에 입학 아닌 입학을 하였다.

관심 주제를 독어로 발표하는 시간

어학원인지라 역시 외국인들만 가득하였다. 다행히 놀면서 습득한 어학실력으로 꽤 높은 반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왠지 모르게 회사생활을 한 느낌이었다. 아침에 모여 회의(어떠한 주제를 놓고 토론)를 하고 그 주제에 관련하여 부서별로 진행하고 (조별 토론) 점심시간을 짧게 가진 후, 개별 업무(자습 및 시험)를 하다가 야근(남는 사람은 남아 공부하고)할 사람은 하고 조기퇴근할 사람은 그리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해외에서 어학 경험이 있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이 어학기 간이 사실상 언어적으로 제일 발전하는 기간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오히려 관련 분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언어영역에서는 후퇴하는 느낌이 조금 있다.  


어학원을 다니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만나고 또 그 문화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반에는 유독 러시아와 중국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다. 나라로 보면 러시아? 중국? 선진국이 아니라 무시? 할 수 도 있겠지만 나라가 강하지 않은 만큼 그 세계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엘리트들인 경우가 많았다. 중국 친구들은 장학생들, 러시아 친구들은 러시아에서 살만큼 사는 친구들이었다. 이란 친구는 이란에서 연예인이었는데 이 다양한 배경, 다양한 인종들과 친해지면서, 대화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참 세상은 넓다는 것이다. 


어학 친구들과의 파티 현장


대학공부와 어학 이외의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배웠던 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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