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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Jan 06. 2020

내 생일날 미역국을 왜 내가 먹나요?

나는 지금 미역국 끓이는 중

원래 어렸을 때부터 나의 생일날에는 모았던 용돈을 출금해서 부모님에게 선물을 사드리곤 했다. 아빠는 어느 날엔가 생일날 이것저것 위시리스트를 읊어대는 딸에게 "아니, 고생은 부모가 했는데! 네가 부모한테 선물을 사주는 게 맞지 않아?"라며 우스갯소리를 던졌고,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그 한 문장은 너무나도 옳았다.


올해는 선물 대신 미역국을 처음으로 끓인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미역국이 무슨 의미인지, 왜 먹는지도 모르면서 생일날에는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먹고 엄마, 아빠에게는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선물을 드렸다.


아이를 낳고 서 다시 생각해보니, 생일을 맞은 자에게는 나오느라 고생하고 처음 세상에 나와 빛을 본 날을 축하하며 선물을 주는 것이 맞고, 낳느라 고생한 그의 엄마에게 산후조리기간에 질리도록 먹었겠지만, 출산 후 몸의 회복을 담당했던 미역국을 기념으로 끓여드리는 것이 맞았다 


그리하여 오늘 난 미역국을 끓이고 있다.


아직은 주부 초짜라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펄펄 끓는 미역국을 보며 다시 한번 궁금해졌다.


왜 생일날 미역국을 내가 먹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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