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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Feb 09. 2020

아파트가 좋아요?

너무나도 개인적인 취향


6개월 전, 주말부부를 생각보다 일찍 종료하기로 결심하고, 합가를 위해 경기도 지방에 우리 가족이 살 집을 찾아보러 다녔다. 아니 사실은 대부분 네이버/다음/야후 부동산을 주구장창 들여다보고, 다른 타사 부동산 관련 앱을 들여다봤다. 덕분에 지역별, 건물별, 가격과 가격 변동을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했다.


같은 지역에도 아파트는 항상 이상하리만치 값이 높았다. "이런 집이 이 가격에 팔리는 게 신기하다."를 내내 연발했다. 그리고 주위가 허허벌판인 경우(지방)에도 주택보다 아파트가 선호되었다. 왜 저 땅에 주택단지는 안 들어서는 건지, 왜 그렇게 아파트가 이렇게나 선호되는지 항상 의아했다. 물론, 대단지가 들어서면서 조성되는 주변 상권, 단지 내 어린이집이나 사우나, 피트니스 등 편리한 부분이 많지만 현재 브랜드 아파트에 세입자로 살면서도 파트를 사야겠다는 생각은 아직까지 1도 생기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처음 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삼성동에서 압구정동으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압구정 애들은 막강한 부자여서 막 나간다는 아빠의 주의와는 다르게 착한 인성의 친구들이었지만 그래도 집에 놀러 간다니, 막 나갈듯한 으리으리한 무엇인가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주차창 가득한 에쿠스, 외제차와는 상반된 집안의 내부에 심하게 놀랐다. 리모델링을 한 집도 있었지만 쓰러져가는 아파트의 겉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내부도 있었다. 어린 마음에 아무리 비싼 집이어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아파트에 거주해본 적은 별로 없다. 기억이 없는 어렸을 적과 독일에서 생활하다 마지막 4년 정도 아파트와 흡사한 (빌라 구조이지만 한국아파트보다 훨씬 완성도 있게 지어진) 건물에 살아본 게 전부이다. 한국에서의 대부분을 주택에서, 뉴질랜드에 유학했던 기간도 주택에서, 독일에선 주택이나, 발코니가 있는 빌라, 아파트에 살아보았다.


서양문화권에서는 땅이 넓은 이유도 있겠지만 대부분 주택을 제일 선호하고 그다음 잘 지어진 빌라, 그리고 아파트가 선호된다. 특히나 배산임수의 위치라면 시내가 얼마나 멀리 있던지 상관없이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간다. 그만큼 휴양지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집이라면 그 정도 가격은 인정해줄 만하다. 산과 물 둘다는 아니더라도 산 위나 강가에는 역시 고가의 집들이 위치하게 되어있다. 지만 한국은 한강 근처라면 모를까 뒤에 산이 있다고 해서 가격이 높지는 않더라.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나의 모든 가치관의 반대를 보여주는 집이다. 합가를 결정하자마자 남편이 급하게 집을 구했고 나는 사진으로 집 내부만을 공유한 뒤 바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 첫날부터 기가 막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다른 단지들뿐이었다. "아 226동 층에 불이 켜져 있네, 오늘 밤에는 늦게까지 안 자는 사람들이 많네." 정도의 뷰였다. 게다가 낮은 층이라 다른 건물에 가려해도 드문드문 들었다. 대체 어쩌자고 이런 집을 구했는지 처음에는 울화통만 터졌다.

OMG

차라리 옆 동을 구하지! 라며 단지 내 다른 동들을 살펴보았다. "??" 의외로 바깥 자연 뷰에 해가 잘 드는 집은 외곽 자리에 위치 잘 잡은 몇 동 빼고는 없었다. 단지가 큰 만큼 다른 건물들에 의해 뷰가 가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더욱이 의아한 것은 그 비슷비슷한 구조의 집 안에 사람들이 다들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


하지만 막상 이직을 고려하는 남편 덕에 내가 직접 집을 다시 알아보니 아파트에 사는 이유, 한국 내 아파트 선호도가 올라가는 이유를 알 수밖에 없었다. "인구가 밀집해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는 출퇴근 거리가 교통체증과 맞물려 워라벨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당연히 수도권 쪽에 몰려있는 직장에 다니려면 마지노선인 지역 턱끝까지 사람들이 몰리게 되어있으며 사람이 몰릴수록 가격은 올라가고, 그 수요를 받아칠 공급은 아파트가 최선이다."라고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종로로 출퇴근을 하며 생각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전까지는 다른 지역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끼여, 지하철에 옹기종기 끼어 서울로 출퇴근하며 사는 줄 꿈에도 몰랐다. 그때만 해도 왜 굳이 서울에 직장을 구하려 하는지, 그저 서울에 대한 환상일까라며 내 한국 사회에 대한 무식을 자랑했지만, 이내 지방에 직장을 구하면서 또다시 현타를 맞았다. 서울 연봉이 평균적으로 훨씬 높았다. 몇몇 대기업이나 알짜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같은 Job Duty에도 받는 연봉이 크게 차이가 났다. 나 같아도 서울까지 출퇴근 가능하다면 그렇게 할 것 같았다. 나도 그렇게 치열하게 살 것 같더라.

 

일단 주택보다는 아파트 위주로 개발이 우선시 되니, 주택이나 빌라는 발전도 없어 보였다. 요새 들어 지방에 타운하우스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고가의 타운하우스가 아닌 이상 아파트의 수평구조를 수직으로 꺾은 듯, 수평 평수가 굉장히 좁아서 오히려 아파트가 더 넓게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깔끔한 모던함을 따라오는 주거건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신설 아파트도 몇 년이 지나면 유행이 벗겨지듯 해져 보이는 것이 이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이 나라에서 가치가 하락될 확률이 그나마 낮은 아파트를 잡고 살아야 하는 느낌이었다. 내 거주지이자 투자가치로 생각해야만 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또한 자연이 딸린 집이 있으면 무엇하리, 남편의 잦은 야근에, 조금 크면 학원 다니느라 얼굴 보기도 바쁠 아이를 위하여 나는 맞벌이를 하면서 아무도 누리지 못할 마당에 나가서 언제 잡초를 뽑고, 언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싼 개똥을 치우고 크디큰 집안 청소를 끝낼 것인가. 그보다는 관리비로 퉁치고 깔끔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 이러한 삶에는 더 맞을 것 같았다.


내가 전에 살아보았던 두 나라의 사회는 전반적으로 삶에 대한 여유가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아등바등 안 살아도 되는 사회적 충격방지 시스템이 다 갖춰져 있다. 예를 들어, 사교육이 없어 집에 들어와서 아이들 얼굴도 볼 수 있고, 다 같이 영화 보러 나들이도 갈 수 있다. 사교육비를 따로 벌지 않아도 된다. 한 명이 벌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물가가 안정적이다. 출퇴근 거리 조금 길어도 막히지 않는 아우토반 내다 달리면 금방이다. (독일도 최근 들어 막히긴 한다만...).


분명 같은 주 5일, 일 8시간을 근무해도 나와 내 남편조차도 독일에서는 살기 위해 일을 했고, 반대로 한국에서는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나의 인생 중 수익에 투자해야 할 시간을 어느 만큼 사회에서 받쳐주는 시스템에 맡기고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이해는 간다만,,,

그래도 나는 개인적으로 주말에라도 있을 작은 여유를 위해 아직은 주택을 선호하고 있다. 양가에서 1푼도 받지 않고 시작한 우리는 돈이 남들만큼 있지도 않지만, 우리 가족이 오붓하게 긴긴 시간 동안 삶의 추억도 쌓고, 집에 있는 시간만큼은 자유롭게 마음껏 층간소음 없이 방방 뛰기도 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노래도 큰 소리로 불러대고, 내가 좋아하는 동물들도 좁은 실내가 아닌 흙이 있는 곳에 놀고 있는 모습도 보고 싶고..  문제는 그렇게 형성된 주택단지가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급이 적으니 가격은 아파트가 차라리 그나마 노려볼만한 현실이다.


비전문가이지만, 그저 상식선에서 설명이 되기가 힘들었다. 우리나라 땅덩이가 좁다고는 하지만 수도권을 살짝 벗어나기도 전에 우리의 시야에는 드 넓은 땅덩이와 푸르른 산들이 보일 것이다. 물론 논밭이고 야산이라 거주지로 개발시킬 수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이 한국을 전반적으로 거주하기에 좁은 나라라고 만들어버리기에는 너무나 불충분한 이유이다. 한국은, 한국 땅이 좁은 것이 아니라 온갖 직장이 모여있는 서울 땅이 좁은 것이다.


그랬다. 아직도 한국 부동산을 배우고 있는 아마추어의 시각으로 본 한국인의 아파트 선호 이유는 여유 없는 삶의 산물이었다. 또한 나비효과로 소신 있게 내가 살고 싶은 건물이나 조건을 만족한다 하더라도 대중의 시장 속에 좌지우지되는 물가/집값 상승률에 나도 어쩔 수 없이 아파트를 사야 하나 고민해야 하는 한국 실정이었다.




#물론한국땅좁고 #물론해외에서도아파트선호도도있어요

#그래도발코니라도... #집값내려주세요

P.s. 전문가님들의 알찬 지식공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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