뚤루즈
우리나라와 일본 혹은 중국이 비슷한 듯 많이 다른 것처럼 유럽 나라들 또한 비슷한 듯 많이 달랐다. 유난히 dull 한 회색빛 느낌의 독일에서는 기차를 타고 국경을 벗어나면 들어가는 입구부터 색감이 달라지는 프랑스, 벨기에 등 주변 국가들. 굉장히 주관적인 효과이겠지만 이상하게 저기압을 자랑하는 독일로 다시 돌아오는 기차나 비행기는 항상 도착을 알리듯 머리가 아파왔다.
뚤루즈는 파리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프랑스의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은 같았다. 이쯤에서 생각이 잠깐 드는 게, 왜 같은 24시간의 시간 속에 한국인은 언제나 바쁜 것인가...ㅋ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뚤루즈의 아침부터 내게는 또 다른 해외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물가가 달랐다. 독일에서 2.5유로 정도의 손바닥 두 개를 합친듯한 사이즈의 빵을 먹을 수 있다면 대학원으로 향하는 길에 오렌지주스 300ml와 조그만 크루아상 하나의 가격이 10유로였다. 체감상 너무 비쌌지만 배가 많이 고파 그냥 그 자리에 앉았다. 아 너무-우우 비싸다 하고 크루아상을 먹는 순간, 맛은 또 겁나 맛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또한 그랬다. 독일에서 먹는 슈니첼과 학센에 반해 프랑스의 양은 너무나도 적지만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프랑스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그랬다. 옷도 독일에서는 100 유로면 그래도 스타일 좀 낼만한 옷들을 많이 사지만 프랑스 친구들에 맞춰 비슷한 분위기를 추구하자니 300유로가 스타트였다. 옷값이 후들후들한데 비해 재질이 너무 좋고 뿜어내는 분위기가 달라서 그 짤짤이 돈을 모아 두어 벌의 원피스를 샀던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 온 만하임대학의 친구 중 하나도 뚤루즈로 교환학생을 오게 되었는데 그 친구하고 참 다양한 주제로 토론 같은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우리가 관찰한 프랑스인에 대한 결론은 프랑스인들은 자유에 대해 사치적이라는 것이다. 사치라는 단어 때문에 결론만 들으면 까내리는 뉘앙스이지만, 절대 아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라는 결론이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부터 시작이 되었다. 남들보다 더 가지고 덜 가질 수 있는 재화이냐,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제한된 시간이냐에서 프랑스인들은 궁극적인 자유, 시간을 즐기는 문화가 만연해 있었다.
점심시간도 2시간이었다. 8시간 근무에서 2시간이 빠진다고 나머지 시간을 아등바등 일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는 시간 동안 매 시간을 즐기는 것 또한 같은 시간을 더욱 여유롭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또 공동의 합의이기에 내가 시간을 누린다고 상사가 아니꼽게 보는 일도, 주변에서 더 부지런해지라는 잔소리도 없이 나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도 안 하고 노천카페에 나와 커피부터 즐기며 근처 아침 공기를 즐기는 모습은 부지런히 나의 시간을 즐기는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나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맛있는 것을 추구하고 나를 더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경제적인 것보다는 조금 더 아름다운 데에 목적을 두는 모습. 나라마다 모순된 모습이나 다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부작용? 들이 있기는 하지만 추구하는 바가 어쨌든 돈보다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P.S. 유기농 매장에서 구매해서 먹었던 각종 야채들과 음식재료들이 재료 본연의 맛 자체가 아주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