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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민정 May 20. 2024

볼수록 매력적인 도시, 상주에 가다

자전거박물관 /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24. 5. 5.)

모처럼의 연휴라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자전거와 곶감의 도시이자 경상도 ‘상’의 어원이 된 유서 깊은 도시, 경상북도 상주로 떠나보자.     


낙동강 천삼백 리 물길 중 가장 풍경이 빼어나다는 경천대 부근을 산책할 계획이었으나 하루 종일 이어지는 비 소식에 여행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다시 정한 목적지는 상주 자전거박물관과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지에서는 박물관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지역 박물관에는 고유의 지역문화 특색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주는 어떤 향기를 지닌 도시일까 기대를 품었다.     


먼저 찾아간 곳은 상주 자전거박물관이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곳곳에 각국의 이색 자전거와 경기 자전거들이 눈에 띈다. 아이들과 자전거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질문이 쏟아진다.     


국내 유일의 자전거박물관


“이렇게 딱딱한 안장에 어떻게 앉았을까요?”

“하이휠 자전거에는 어떻게 올라타야 해요?”     


자전거의 모습은 차츰 편안하고 안전한 형태로 변화했다. 1790년 등장한 세계 최초의 자전거인 셀러리페르부터 지금 우리가 타는 자전거의 뿌리인 세이프티 자전거가 되기까지 수 없이 모양을 바꾸며 발전한 것이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작은 네모 우표에 쌓은 세상의 자전거와 자전거대회’라는 특별기획전이 전시 중이다. 음악 교사로 재직하셨던 최종언 선생님께서 2010년 상주 자전거박물관이 개관했다는 소식을 듣고 상주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어 자전거 우표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기증한 세계의 자전거와 세계 자전거대회가 담긴 다양한 우표는 2024년 9월 22일까지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자전거와 함께 한 즐거운 추억을 쌓고 난 후, 또 다른 목적지로 향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상주 자전거박물관에서 차로 5분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우선 전시해설을 들어본 후, 전시실을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낙동강을 사랑하는 해설사분과 함께 했다.    


 

“여러분, 우리 생물자원관에는 많은 생물 표본이 전시되어 있어요. 낙동강 주변 생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도 볼 수 있답니다. 여기 있는 동물의 99%는 박제로 만든 거예요.”     


동물원보다 더 다양한 동물이 우리를 맞이했다. 살아있는 동물을 가둬놓고 구경하는 방식이 아닌, 죽은 동물을 가까이서 관찰하는 방식이라 마음이 덜 불편했다. 커다란 기린 박제 앞에서 해설사분의 재미있는 퀴즈와 설명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여기 있는 기린의 이름은 마린이에요. 마법 같은 매력을 가진 기린이라는 뜻이지만 안타깝게도 5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고 죽었어요. 마린이 혀가 검은색을 띠는 게 보이죠? 기린은 왜 검은색 혀를 갖게 됐을까요?”      

“모르겠어요.”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린은 나무 위쪽에 달린 어린잎을 좋아하는데 키가 커서 혀에 화상을 입기 쉬워요. 그래서 혀에 멜라닌 색소를 포함한 방식으로 진화해 검은색을 띠게 되었어요.”    

 

동물들을 따라가며 퀴즈를 맞히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은 해설사분 뒤를 바싹 쫓았다.     


“자, 여기 아주 커다란 거북이 있어요. 혹시 거북의 이름을 아는 사람?”     

“장수거북이요.”     

“오늘은 동물 박사님이 많이 왔네요. 바닷속에 사는 장수거북 등딱지를 자세히 볼래요? 우리가 알고 있는 육각형 모양이 아니라 일자 모양의 선으로 되어있어요. 왜 그럴까요?”      

“바닷물의 저항을 줄이면서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모양이 아닐까요?”     


이번에는 어른이 정답을 맞혔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장수거북을 올려다보았다.     


마린이와 장수거북


장수거북처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동물은 또 있었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사는 캐나다스라소니의 뭉툭한 발 모양이 귀여웠다. 자연에 적응하여 모습을 바꾼 동물들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인해 멸종된 동물도 함께 전시 중이었다.

큰바다쇠오리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1844년 이후 그 모습을 감추었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80여 개의 박제 표본으로만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냥감을 물고 나무 위에 올라 식사 중인 표범, 똥 눌 때만 똑바로 매달린다는 박쥐, 체온 유지를 위해 짧은 귀를 가진 눈신토끼 등. 재미있고 신기한 수십 종의 동물을 만나고 나니 어느새 해설이 끝났다. 동물을 사랑하는 첫째 아이가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엄마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동물을 만난 건 처음이에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아이들은 미생물, 식물과 동물, 생물자원을 활용한 사례 전시 등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생물 2000여 종을 생생하게 체험하였다.     

그 외에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는 재루의 자연놀이터와 야외 전시온실, 어린이 놀이터, 옥외풍경원이 있어 미취학 아동 및 초등 저학년도 놀이하듯 즐겁게 배울 수 있다.


자연의 쉼터에서 배움이 자라나는 곳, 상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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