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의 커다란 선물

소소한 에피소드

by 최민정

선물을 받아본 지 오래다. 기껏해야 화장품이나 옷, 가족이 모두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주고받으며 살았다. 나이가 들수록 선물의 종류는 단순해지는 듯하다. 날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을 상대의 마음에 감사하지만, 어떤 종류의 선물을 받아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주말이라 가족들과 식당에 들어섰다. 별로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주말엔 밖에서 한 끼 하려고 한다. 새로운 음식을 먹으며 대화하면 몰랐던 가족들의 속내를 듣기도 하니까. 의자에 앉으려고 외투를 벗는데 패딩 모자에서 무언가 툭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엄마 이게 뭐예요?”


나는 떨어진 물건을 보자마자 박장대소했다.


“왜 이게 여기서 나오지?”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보조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만 2세 아이들과 자유놀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요새 블록 놀이에 한창이다.


“선생님 이거 뭔 줄 알아요? 로드세이버!”

“와 되게 멋있다. 선생님도 똑같은 거 하나 만들어줄래?”

“없어요, 이제.”

“아 그래? 선생님도 갖고 싶었는데.”


갖고 싶은데 너무 아쉽다는 표정 연기를 했다. 시무룩한 내 표정을 보고 아이는 짐짓 모르는 척하더니 다른 영역으로 가버렸다. 나도 다른 아이들의 재잘대는 질문 폭포에 대거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로드세이버의 핵심 부품이 바로 오늘 첫째가 발견한 그 물건이다. 주황색 직육면체 자석 블록은 로드세이버를 만드는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한다. 그 귀한 게 느닷없이 식당에 나타나다니.

선생님께 나누어 줄 게 없어 난처한 얼굴로 돌아서던 그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이는 선생님의 요구를 잊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내 옷에 넣어둔 것이다. 그게 정말 내가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몇백만 원짜리 가방을 선물 받는다고 이렇게 진하게 기억될 수 있을까. 아이의 뽀얗고 폭신폭신한 마음이 하루 종일 온기가 되어 전해진다. 따뜻하다. 로드세이버의 핵심 부품을 숨기며 아이는 얼마나 뿌듯했을까? 선생님이 갖고 싶다던 물건을 품에 꽁꽁 숨겨 옷에 넣으면서 얼마나 두근두근했을까.


어린이집에서 일하면서 얻는 가장 큰 행복은 ‘아이들의 사랑’이라는 말은 진부하지 않다. 고루하지 않고 당연하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은 그 어떤 선물과 비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모레도 어린이집으로 출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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