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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프레너 Oct 27. 2023

독서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것들

슬기로운 퇴사생활

국립세종도서관 인문학 강좌로 권이항 작가에게 소설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여섯 번의 강의를 듣고 강의를 함께 들은 수강생들과 단편소설을 읽는 독서모임을 함께했다.

연령도 다양하고 개성도 뚜렷한 9명의 여자가 모여서 수다를 떠니 접시가 깨져도 한 트럭은 깨졌겠지만 매주 한 권(아니고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며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젊은 작가상, 이효석문학상, 이상문학상을 받은 단편소설집에 나오는 요즘 단편소설을 함께 읽는다. 그리고 매주 만나 이 소설에 대한 감상을 짧게 나눈다. 독서모임을 하며 재미있는 것은 같은 소설을 읽었는데도 각자의 생각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소설을 읽을 때도 ‘나’라는 사람이 같은 내용의 짧은 소설을 읽는데도 한번 읽을 때와 다시 읽을 때, 그리고 감상을 이야기할 때 책을 이해하는 부분과 느낌이 모두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남의 말을 한 번 듣고 이해하겠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활자화되어 있는 책은 한 번 읽었을 때 의미를 잘 모르면 다시 그 줄을 읽어도 되고 조금 천천히 읽어도 된다. 하지만 남이 하는 말은 한 번에 휙 지나가버린다. 듣지 못했을 수도 있고 다르게 들었을 수도 있고, 제대로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무언가 한 번 말을 하면 그 사람이 그 말을 다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또는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잘못 들은 부분에 대해서도 옆에서 말을 듣고 이해한 것이니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게 오해하고, 감정이 상하고 좌절하고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      

독서모임을 하는 규칙은 일단 골고루 6분~10분 정도 자신이 책을 읽으며 느낀 부분을 이야기한다. 순서를 정하거나 그날 앉은 순서대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 덧붙일 말들이 있으면 짧게 이야기한다. 그 순서가 한 바퀴 돌고 나면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음에 놀라고, 소설에 나온 경험을 모두들 하나씩 가지고 있음에 또 한 번 놀란다. 사람은 그렇게 비슷하며 다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아마 책이 매개가 되지 않았더라면 모여서 매일 비슷한 수다를 떨었을 것이다. 아이, 남편, 시댁, 돈 걱정, 텔레비전에 나온 이야기, 최근 이슈가 되는 마약과 한 운동선수의 결혼문제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독서모임은 책이 매개가 되었으므로 서로 부딪칠 일이 없다. 내가 이 책에 대해 오해했다면, 또는 서로가 다르게 생각했다면 그건 작가가 그렇게 썼기 때문이지 우리끼리 싸울 일은 없다.     

독서모임이 끝나면 항상 근처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뷰가 좋은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신다. 정해진 회비는 없고 그날 지출한 돈을 모두 1/n으로 더치페이한다. 요즘은 카카오톡에 정산하기 기능이 있어 10원 단위까지 똑같이 나눠주니 분쟁이 생길 틈이 없다. 

일주일 하루, 독서모임회원들은 모두 그렇게 하루의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 자신이 변화하는 과정이므로 인생이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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