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시는 왜 망가지는가?

산업화된 재건축 재개발 사업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의하면 19세기 후반에 미국에서 전기등이 발명되었음에도 영국의 도시들은 1920년대까지 가스등을 사용했었다. 정부에서 이미 막대한 돈을 가스 조명 산업에 투자했기에 첨단기술이 적용된 전기 조명 회사들을 오히려 규제해야 했었다.

현재 미국은 매년 심각한 총기사고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연결된 견고한 총기산업 때문에 쉽게 규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불경기마다 재건축 규제를 풀고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드는 이유는 재건축/재개발이 이미 산업화되어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벌 건설사들이 때려 부수고 다시 지어서 경제를 부흥시킨다는 전략에서 정부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억지로 돈이 돌게 만드는 것이다.

그 사이에 원주민들은 수억 대의 건축비를 (일부는 건설사를 위해) 부담하거나 지불능력이 없으면 팔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한다. 이 경우 개발로 인한 시세차익을 순수하게 원주민에게 돌아간다고 보기는 힘들다. 반면 건설사들은 멀쩡한 아파트를 때려 부수는 개발(생산활동)을 통해 수익을 확보한다.

산업화된 재건축/재개발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현금 동원능력이 있는 일부 부유한 계층과 대기업인 경우가 많다. 또한 산업화된 재건축/재개발이 도시계획의 공익적 가치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증거는 무수히 많다. 이미 수십 년간 이 사실을 알면서도 항상 나오는 "공급부족" 프레임으로 인해 우리 도시는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산업화된 재건축/재개발은 기반시설이 양호하며 50년도 안된 멀쩡한 아파트를 개발이익을 위해 철거하는 경우로 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