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의 공간적 메커니즘

추상적 풍경에서 지역 맥락의 구심점까지

by Pimlico

19세기의 인상파 화가들이 빛의 찰나의 풍경을 심상(image)에 가깝게 표현하려 노력했다면, 20세기 현대미술은 인상주의를 발전시켜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시각적 대상을 추상 자체로 재현해나갔다.


건축에서의 모더니즘은 클래식한 장식을 리셋하여 순수의 무의 상태로 돌아갔으며 이것은 새로운 스타일을 담아낼 스타일의 부재이자 가능성을 위한 비움이었다. 즉, 스타일을 제거하는 것이 모더니즘 스타일이었다. 파리의 에펠탑처럼 엔지니어링 그 자체의 기능을 구조로 담아낼 뿐 장식의 스타일은 철저히 제거되었다.


이것은 당시 파리지앵들에게 사회적 미학적 교리(doctrine)에서 벗어난 기괴한 건물이었으며, 당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비현실적 시각이자 기존 관념을 파괴하는 폭력적 추상이었다. 클래식한 주류 화가들에게 조롱당했던 인상파 화가들과 사회적 충격을 던져 주었던 20세기 초반의 추상미술 화가들처럼 현실에 들어선 에펠탑의 풍경은 그 자체로 비현실적 추상이자 충격이었다.


현재는 에펠탑 자체가 파리의 랜드마크이자 도시맥락을 재조합시키는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파리를 느끼고 싶어 하는 외국의 이방인들에게는 에펠탑이 보이는 풍경이 진정한 파리의 이미지로 각인되며, 이것은 지대의 경제적 가치를 재형성시켰다. (예를 들어 에펠탑이 보인다는 이유로 임대료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한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이러한 모더니즘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2014년에 처음 오픈했을 당시, 주변 동대문의 역사적 맥락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풍경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컴퓨터를 활용하여 정교하게 계산되어 깎여나간 셀 수 없이 많은 조각들이 모여 기괴한 존재로서 둥지를 틀었다. 따지고 보면 에펠탑이 그랬던 것처럼 장식이 배제되고 주변 맥락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순수한 엔지니어링 그 자체였다.


그곳은 나름 조선시대부터 근대를 연결 짓는 역사적인 장소였음에도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은 그 자체로 본 적 없는 스타일이자 비현실적인 추상의 이미지였다. 에펠탑을 통해 유추해보면 모더니즘은 그런 것이다. 처음 건설된 시기의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폭력적이기까지 한 기괴한 풍경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더니즘 건축이 가진 스타일의 공백과 추상은 새로운 시대의 관념 및 가치와 결합하여 맥락의 흐름을 밖에서 안이 아닌 안에서 밖으로 역전시켜 흘려보내 주변 공간의 시각적 로직을 재조정시킨다. 즉, 랜드마크 건물 자체가 지역 맥락의 시각적 구심점이자 새로운 스타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물론 결국 견뎌내지 못하고 점점 철거되고 있는 현대 영국의 브루탈리즘 건축물처럼 모더니즘 건축의 의미와 가치는 다음 세대의 평가와 함께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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