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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Jun 23. 2022

배달 말고 레시피를 주세요!

디지털 기술은 어떻게 식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는가?

아무리 정보화가 진행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음식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직접 배달하고 있다. 소비자, 판매자(식당), 배달원 사이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긴밀하게 실시간으로 연결시켜주는 것이 현재 디지털 기술이 수행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요리의 레시피(요리법)도 지식정보화되어 세계의 다양한 요리들의 조리법을 인터넷과 유튜브 등을 통해 손쉽게 습득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저가항공으로 다양한 국가의 도시들로의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서 현지에서 다양한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미 경험해본 맛을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레시피를 통해 다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이것은 하나의 식문화로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맛보았던 아부라 소바를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게 가이드해주는 동영상들이 넘쳐나며 추억의 맛을 다시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댓글들을 볼 수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대체하여 비슷하게 만드는 대안적인 조리법들도 많다.


바쁜 한국인들에게는 먹방이 인기지만 가정에서 요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요리 콘텐츠의 인기가 굉장히 높다. 외국인이 소개하는 한국요리의 레시피도 유튜브에서 꽤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훈련된 셰프가 전문적 조리기구를 갖춘 주방에서 만드는만큼의 퀄리티를 가정에서 100% 따라갈 수는 없지만 여러 시판되는 현지의 조미료, 소스, 기타 식재료를 온라인에서 구입하여 비슷하게 따라갈 수는 있게 되었다. 며느리도 모른다는 레시피의 비밀은 점점 대중에 오픈되고 있다. 레시피를 오픈하여 인기를 끌면 그만큼 완벽한 맛(소위 오리지널)에 대한 궁금증과 수요가 커지기 때문에 새로운 마케팅으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박나래의 얼그레이 하이볼이 대표적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레시피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여 주방기구에 입력하고 마치 프린터기의 잉크를 교체하듯 필요한 맛 캡슐을 주입하면 요리가 자동으로 완성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이미 1990년대 전자레인지에는 조리법 별 프로그램이 어설프게 내장되어 있기도 했다. 또한 현재 스타벅스는 커피머신을 매뉴얼화 및 자동화하여 훈련된 바리스타(인건비도 비싸다)가 없어도 동일한 퀄리티로 커피를 뽑아낼 수 있다고 한다.


즉, 디지털 기술은 식문화, 지역(특정 공간), 시간의 연결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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