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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패션가 Aug 08. 2024

성장. 출산 대신 '커리어'를 선택했다

'나'한량 & 미래걱정'남' 딩크부부의 10년간 이야기 — 화자 〈나〉


나는 26살 이 일을 시작했다.

나는 35살 결혼을 했다.

(남편은 30살 결혼을 했다.)


26살이면 여성의 사회생활치곤 다소 늦은 시작이었고,

2014년 35세의 당시 결혼 역시 다소 늦은 결혼이었다.


나는 이래저래 모두 조금씩 늦었다.


26세에 늦은 시작은

나를 더 당차게 밀고 나아가는 추진력을 달아줬다.

다행히 나보다 어린 상사에 고개 숙이는 상황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없진 않았다.


그래서 바르고 곧게 뻗어 나아갈 수 있었다.



이로서 35세에는

'전문성'이 이제 막 갖춰진 [성장]이라는 모양새를 갖게 해 주었다.


그 사이 또래 여자 사람들은 가사와 육아를 동시에 했거나,

혹은 독신 여성이거나,

혹은 나처럼 늦은 결혼을 이제 막 준비하거나 했거나,

혹은 아예 이 업계를 떠나는 경우도 종종 있기도 했다.


나는 사적인 영역의 중간, 어디쯤 위치한 포지션에서 다양한 선택의 여지를 가진 패를 갖고, 진취적인 일상을 살아갔다.


2016년~ 2017년 마지노선이라고 생각되었을 때쯤,

나는 더블유컨셉코리아로 이직하게 되었다.


당시의 더블유컨셉은 디자이너브랜드 온라인편집숍으로서, 내가 일하고 싶은 곳이었고,

핵심부서였던 상품기획팀의 직책자인 팀장으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더할 나위 없이 나를 설레게 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그 시간을 맞이했고,

생동감 넘치는 현장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뜨거운 열정으로 지식과 지혜의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

그 결과 나 스스로를 제일 빛났던 순간이라고 꼽는다.



아마 그 당시

그때 함께 재직했던 동료들 후배들 선배들 모두가 그때를 소중하게 기억한다.


<dribbble> Cruz roja.  by Fran Pulido


그 증거가 〈이런 사이〉로 설명된다.


몇 달, 해가 바뀌고,

뜬금없이 연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들이고,

부르면 나가는 것이며,

기쁘고 슬픈 일 엔 누구보다 먼저 가감 없이 들어주고,

업계의 쓸데없는 소문에는 가장 먼저입을 닫는 이들이다.

내가 그들을 향해 그런 '사람'이다.




여기까지만 하고.
이건 해야 해.
오호. 이건 해야지.
이것까지만 해보고.
여기까지
그리고 여기까지.



이런 마음들로,

한 해,

그다음 해,

그리고 그다음 해,

그렇게 해를 넘기고 또 넘기며 나는 나이를 먹고 또 먹었다.



이렇게 나는 어쩌면, 가정・가족보다 '나의 레이스'에 집중했다.

솔직히 두 관계를 [이퀄(Equal)]이라고, 나는 여겼다.


사실 나만의 가치관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렇게 살게 된 배경에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부부의 이야기로 확장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부부가 '이러한 가치관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데에는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작년부터 〈우리 가정의 비전〉 이 필요하다는 확신에 찬 남편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너는 너의 직업의 커리어의 비전만 생각하고 가정의 비전의 전혀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



이어서 무슨 말을 계속 해댔는데,

실로 남편의 이 말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내 일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안팎으로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다.


잠시 충격에 휩싸였을 때쯤,

저 말의 숨은 의미는 출산이 아닌 '재정 손실은 줄이라'는 의미였다.

즉 지출을 줄여라, 그만 좀 사라, 그것이었다.


Ops 웁스!


그래서, 요즘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로 티격태격하며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 동안 내가 사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을 때,

이 괴로움과 씨름하며 돌파구를 찾곤 했다.


그 원인을 뿌리 채(?) 뽑고자 근원적인 원천을 생각했다.

그때 남편과 나는,

'남들이 흔히 얘기하는 가족의 행복'를 영위하기엔 결여된 가족 구성 요소 때문인가?라는 불안한 마음도 나눴었다.


우리 역시 과거 어느 시점에 이 이야기를 했었다.


[나]  나중에 우리 후회하면 어떡해?
[남편]  그땐 입양을 하면 되지.


실제 이 말이 남편의 입 밖으로 나왔었다.

물론 입양이라는 것이 마음으로 낳아 기르는 아주 어려운 선택과 결정이라는 것이고, 그것을 쉽게 여기고자 하는 의도나 진심은 없다.


다만 우리의 인생의 긴 여정에서,


가슴 깊이 온몸으로 사랑하고,

목적 없이 다정하면서도,

모든 것이 다 괜찮다고 안길 수 있는 사람.


유일하게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때에 우리는 입양이라는 선택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부모는 태어나보니,

나의 부모로 태어나져 있었다.

즉 ‘주어진 것’이다.


나의 배우자는 ‘선택한 것’이다.

나의 자유의지로!

그래서 나의 가정・가족을 만들었다.

따라서 '책임'이 수반된다.


여기에 자식은 내가 선택했고, 심지어(?) 새로운 생명을 주기까지 했다.  

상당히 경이로운 일을 해낸 것과 동시에 막대한 책임감과 희생을 각오한 과업을 이룬 것이다.



나의 삶은, 우리의 삶은, 절대로 떠밀려서 이뤄진 삶은 아니다.


나와 우리가,

스스로 내 열정과 감각에 이끌려 다다른 것이다.


때때로 내가 힘들고 어려움이 찾아올 때,

나는 괜히 그 원인을 남들 다 이룬 가정의 구성요소 중, 나에게만 결여된 무엇에서 찾곤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까지 난 이기적이다.

그 책임감이 난 아직 두려운 것이다.


일 , 커리어라는 다른 책임감으로부터 숨은 것 일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가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없이 조용한(?) 인생이 있다면,

그것은 의심해봐야 한다.


사람은 ‘현재’ 속에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

다만 자꾸 ‘일어나지 않은 앞으로의 일’을 자꾸 오늘로 가져와, ‘오늘 일어날 일‘인것처럼 꾸미는 것이 어리석을 뿐이다.


뭐 너무 준비 없이 사는 것도 한량이지만.

(나한량 &미래걱정남)


또한 현재가 너무 괴롭다고,

그 원인을 분석한답시고,

과거에서 원인을 뒤지고 있는 것 또한, 숨고 있는 나 자신을 찾는 결론 밖에 도달할 수밖에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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