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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패션가 Aug 12. 2024

위로. 고희(古稀)를 넘긴 이의 〈악수〉

가장 쉬운 방법은 ‘수고했다’는 한 마디와 함께

목놓아 울었다.


라는 시적인 말처럼 이토록 울어본 마지막 기억이 언제였을까.


사회생활하면서 눈물샘은 왠만하면 발동하지 않는다.

그래서도 안된다.


금기에 가까운 감정선을 건들인 순간,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다.


'정화'와 '결단'


이로서 '만감이 교차한다' 라는 기분을 갖게 될 자격을 갖추게 된다.




내가 운영했던 사업체는 〈 동업 〉의 형태였다.

각자대표가 아니라 공동대표의 형태로 시작됐다.

장단점이 있었다.


서로를 빛내 주었고, 화려했던 시간과 치열하고,

분투했던 과정을 뒤로 하고,

주주명부에서 내 이름을 내리기로 결정을 한 이후부터,

이성적 언어보다 감성적 언어의 커뮤니케이션이 우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 놈의 '섭섭한 마음'


나는 경영 전반과 마케팅 & 고객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주된 나의 역할 이었고, 상대는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가 주된 영역이었다.

따라서 상대는 하드코어 F 성향과 기질이고

나는 극단적 T 의 촉수를 가졌다.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되는 조합,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삐걱거리는 내러티브가 맞다.


'섭섭한 마음'은 개인적인 사정이다.

느끼는 건 자유이지만, 자꾸 알아주길 바라고 해소하려 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갈등이 유발되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절대 짐작도 못할 부분에서 섭섭한 마음을 느끼고 있지만 그 마음을 내비치진 않는다. 상대는 그것을 말하지 원하지만.

나는 "굳이!?" 의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다.


매번 서로가 내비치던

섭섭한 마음과 기운은 참으로 무자비했다.



마지막 인사


그렇게 꾹꾹 눌러 참아왔던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정말 마지막을 실감하게 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공동대표'로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만들어 구성원들과 한 명 한 명 좋은 말(?)들을 나눴다.


우리 회사에는 '선생님' 이라고 부르는 어르신이 계셨다.

패턴사 이시면서,

재단 봉제 손마감 즉 옷의 패턴과 원부자재만 있으면,

옷의 완성을 하실 수 있는 기술자이자 장인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이제 막 고희를 넘기셨고,

따님이 나와 동갑인데 결혼하고 호주에 가족들과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매년 오월 바쁜 것을 끝내고 일주일간 따님 곁으로 휴가를 가시곤 했다.

당신의 딸도 '나처럼 일할 것 같다'는 말에 "거 좀 쉬어가면서 해요" 라고 간간히 얘기 하곤 하셨고, 출장 갈 때면 "고생해요" 라고 넌지시 건네셨다.

 

늘 구부정한모습으로 같은자리에서,

일하고 계셨고,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응원해주셨던 모습이셨기에 우당탕탕 사건사고속에 잠시 생각하지 하고 있던 존재.


그 동안 고생 많았어요.



저 말 한 마디가 뭐라고,

갑자기 내 눈물샘을 후려갈겼다.


선생님은 악수를 청하시며 인사를 청하셨고, 내 손등을 툭툭 치며 저 말 한마디뿐이었다.



'정(情)'이면 충분하다


별 것 아닌듯한 악수와 인사의 말은,

그 동안 제 3자의 그 놈의 섭섭한 마음까지 녹아내리게 했다.


그 자리에서 쏟아질뻔한 눈물들을 틀어막고,

급하게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서 터져버린 눈물샘은 새벽 2~3시까지 계속 됐다.


약 7시간 정도 울었을까.

참으로 오랫만에 울어보았다.  


그 뒤로 난 더 이상 섭섭한 마음도 없고,

더 이상 울지도 않았고,

먹먹한 가슴도 없었다.


모든 정화가 이뤄졌고,

지금 혼자 새롭게 준비하는 결단과 결정도 도달했다.



벼랑 끝에 내가 내몰리게 되었을 때,

괜찮다고 내어줄 용기의 공간이 때론 필요하다.

그 조차 허락하지 않을 때,

나를 몰아 붙이는 순간이 온다.


나에게 아주 몰인정하고 깐깐하다.


이 용기의 공간이 허락되지 않다면, 아마도 무.기.력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우울의 늪에 빠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고희의 선생님 처럼 누군가를 위해 위로하는 쉬운 방법을 알아야 한다.

악수 한번과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정도 내어줄 수 있는 '정(情)'이면 충분하다.


2022.11 〈 선생님!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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